코로나 바이러스 위기로 패션 기업들이 휘청거린다지만, 디자이너들의 '창의력'까지 굴복시키진 못했다. 예정된 해외 패션쇼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주지 못하자, 대신 '요리'로 스타일 마법을 부리는 디자이너들이 각광받고 있다.

미국 뉴욕 패션계를 이끄는 한국계 디자이너 로라 김이 대표적. 역대 미국 대통령 부인들이 취임식 드레스로 가장 선호한 '오스카 드 라 렌타'의 공동 총괄 디자이너이자, 자신의 패션 브랜드 '몬세'를 이끄는 그는 '코로나 집콕'이 시작되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이디어 넘치는 요리 솜씨를 발휘해 팬들을 열광시켰다.

지난 4월 부활절을 맞아 토끼가 이불 덮고 자는 모양으로 연출한 오므라이스는 팬들로부터 "가장 귀여운 부활절 플레이팅"이란 찬사를 받았고, 양파를 쓱쓱 잘라 꽃잎 모양으로 펼쳐 오븐에 구운 '양파구이 국화'와 새 둥지 모양의 국수〈작은 사진〉는 "당장 따라 하고 싶은 아이디어"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한국에서 아홉 살 때까지 자란 그는 채소즙으로 만두피 끝부분에 색을 입힌 '만두 빚기'를 생방송으로 선보이는 등 'K푸드' 알림이 역할도 하고 있다.

직접 빚은 만두를 선보이고 있는 로라 김.

가장 화제가 된 '새둥지'는 인기 만화 '스누피'에 등장하는 캐릭터 우드스톡(스누피 절친인 노란 새)에서 영감받은 작품으로, 스테인리스 채망 두 개 사이에 버미첼리(아주 가느다란 이탈리아식 국수)를 넣어 새 둥지 모양을 만든 뒤 기름에 튀겨낸다. 그 안에 소고기 채소 볶음에 메추리알을 넣어 진짜 '새 둥지'처럼 꾸민다. 채소 먹기 싫어하는 아이들도 재밌다며 싹싹 비운다는 게 팬들의 반응. 새우에 버미첼리를 돌돌 감아 튀겨낸 새우튀김 역시 '예술적'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요리책 내달라"는 댓글도 줄을 잇는다. 로라 김은 미국 글래머지에 "요리는 창의의 분출구"라면서 "아름다운 옷을 입는 것이나, 몸에 좋고 보기에도 예쁜 신선한 음식을 먹는 것이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역시 뉴욕에서 활동하는 중국계 미국인 디자이너 필립 림은 지난해 발간해 완판 행렬을 이어가는 요리책 '모어 댄 아워 벨리스(More Than Our Bellies)'를 최근 디지털 버전으로 선보이며 수익금 전액을 뉴욕의 식량 기부 자선단체인 '시티 하베스트'에 기부한다고 밝혔다. 또 영국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레지나 표(표지영)가 그의 남편 조던 버크 셰프와 2015년 선보인 요리책 '우리의 한식 부엌'은 얼마 전 영국 이브닝 스탠더드가 꼽은 '패션 디자이너의 요리책 톱 5'에 꼽히는 등 요리가 패션계의 새로운 영역으로 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