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과장 보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합니다. 정정보도를 요구할 예정입니다."

1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1층 브리핑룸.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국방부 출입기자들은 "이해가 안 된다" "언론에 적대적이다"라며 반발했다. 이에 최 대변인이 "(기자의 말에) 어폐가 있다" "정확히 보도했으면 그러진(정정보도를 청구하진) 않았을 것" "적대적이지 않다"고 맞받으며 이날 브리핑은 '공개 설전'으로 치달았다.

최 대변인이 문제 삼은 '왜곡·과장 보도'란 연기된 육해공군 합동 화력 훈련에 관한 것이었다. 이날 본지를 비롯한 일부 매체는 "군이 19일로 예정됐던 훈련을 악천후를 이유로 연기했지만, 군 내부에선 '북한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최 대변인은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이번 훈련은 기상 불량으로 순연됐다"며 "마치 다른 요인이 작용한 것처럼 군의 정상적 의사결정 과정을 왜곡·과장 보도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국방부 대변인, 기자들과 공개 설전 - 18일 오전 국방부 브리핑 때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과 기자들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이번 주 예정됐던 해상 합동 화력 훈련이 연기된 것을 두고 군 내부에 ‘북한 눈치 보기’란 시각이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최 대변인이 “왜곡·과장 보도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힌 게 발단이 됐다. 이에 기자단은 “제대로 설명도 해주지 않고 책임을 묻는다”며 반발했다. 사진은 과거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브리핑하는 최 대변인 모습.

특히 최 대변인이 "일방적이고 편향된 보도를 한 언론사에 대해서는 정정보도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급격히 험악해졌다. 한 기자가 "태풍이 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상이 엄청나게 악화된 것도 아닌데 (악천후로 훈련을 연기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고, 최 대변인은 "지금 기상 상황으로는 훈련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했다.

최 대변인은 '이 정도 기상 상황으로 훈련이 연기된 전례가 있었느냐'는 질문엔 "(전례를) 찾아봐야 된다"며 "미국의 경우에도 우주선을 보내거나 할 때 날씨 때문에 굉장히 (일정이) 많이 바뀌지 않느냐"고 했다. 그는 기자들이 "정정보도 청구를 하겠다는데, 군에서 애초에 설명을 안 해주고 언론사들에만 책임을 묻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렇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브리핑에선 군이 해상 합동 화력훈련을 연기하기 전부터 '훈련 비공개' 방침을 세운 것에 대한 언쟁도 이어졌다. 국방부는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비공개 사안에 대해 확인을 안 해주는 것이 저희의 입장"이라며 "(공개 또는 비공개 결정은) 군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는 하반기 훈련을 공개할 것이냐는 질문엔 "그때 가서 봐야 되는 사안"이라고 했다.

국방부를 대표해 브리핑룸에 나온 최현수 대변인의 답변 태도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언론에 대해 굉장히 적대적이다" "공격적이다" "표현이 지나치다"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 최 대변인은 "그렇지 않다" "말씀드릴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기자단에선 "말장난하지 말라"는 말까지 나왔다.

군 안팎에서는 이날 국방부의 '강경 브리핑'에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청와대는 지난 7일 국방일보에 보도된 서북도서 방어훈련이 북한의 반발을 불러일으키자 이례적으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외에 계룡대의 육해공군 정책·공보 최고위급까지 소집해 '질책성 회의'를 열었다. 국방부는 "주요 민감 사안 홍보 시 BH(청와대) 및 관계부처와 사전 협의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보고서도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날 "이번 훈련 연기는 청와대에 가서 회의한 결과로 나온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강경 브리핑을 한 것에 대해서도 "군 내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