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경기 안성 위안부 피해자 쉼터 매입을 지원했던 사회복지공동모금회(공동모금회)가 2015년 말 정대협의 안성쉼터 회계 평가에서 최하 등급인 'F'를 부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억3000만원을 쓰고도 영수증 등 지출 증빙 서류를 전혀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동모금회는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자, 정대협은 안성쉼터 운영 포기 의사를 알려왔다고 모금회 측은 밝혔다.

2012년 말 현대중공업은 공동모금회를 통해 정대협의 안성쉼터 사업에 10억원을 지정 기부했다. 정대협은 이 중 건물 매입비 7억5000만원, 인테리어비 1억원 외에 운영비 3000만원을 더 쓰고도, 이에 대해 전혀 소명하지 않은 것이다. 쉼터는 이듬해 9월 문을 열었고, 공동모금회는 관리·감독을 맡았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18일 본지에 "2015년 7월 정대협 측이 제출한 중간평가보고서를 받았는데,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두 달 뒤인 9월 안성쉼터에 대한 현장 실사를 벌였다"며 "실사 점수에 따라 그해 말 '경고 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안성 쉼터는 사업 평가에서 A~F 등급 가운데 C를 받았고, 회계 평가에서는 F를 받았다.

사업 평가와 회계 평가 중 한 항목이라도 C~F 등급을 받으면 주의·경고 같은 제재 조치가 이뤄진다. 조치 당일로부터 2년간 해당 단체는 다른 사업을 할 때 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정대협의 경우 2015년 1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공동모금회와 사업을 단 한 건도 진행할 수 없었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지원 대상 단체가 회계 평가에서 F 등급을 받는 건 대단히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모금회 측은 "회계 평가의 경우 세금계산서 등 회계 처리를 증명하는 증빙 서류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고 했다. 사업 평가에 대해선 "당초 정대협 측이 제출한 계획서와 달리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 등도 미흡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공동모금회는 정대협 측에 사업 개선과 증빙 자료 제출 등을 요구했다. 그러자 정대협은 운영상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들며 2016년 9월 안성쉼터를 매각하고 사업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공동모금회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공동모금회 측은 기부자인 현대중공업과 협의를 통해 2016년 11월 시설에 대한 매각 허가를 결정한다.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펜션 등의 용도로 사용되던 이 시설은 지난 4월 23일 4억2000만원에 매각됐다.

앞서 정대협은 위안부 피해자 쉼터를 애초 서울이 아닌 안성에 지정하는 과정에서 '공동모금회가 서울에서 부지 선정이 어려우면 경기권을 알아보라고 말했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이 해명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정대협이 모금회에 서울 마포 외에 쉼터의 다른 지역 조성 계획을 전달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