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사태와 DLF(파생결합펀드)의 원금 손실 사태를 계기로 은행마다 핵심성과지표(KPI)를 손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은행장 등 경영진이 단기 실적으로 평가받는 지금 같은 환경에선 "요식행위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국민·하나·신한은행의 은행장 임기는 통상 '2+1' 방식을 따른다. 처음에 2년을 부여받은 후 성과에 따라 1년을 연장하는 식이다. 짧은 임기를 부여받은 은행장들은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다.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대표 성과 평가 항목은 주주 수익률, 자기자본이익률, 부실채권비율(고정이하여신비율)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마디로 짧은 기간 내에 얼마나 많은 돈을 안전하게 벌었느냐를 본다는 것이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KPI가 단기 실적 위주로 구성되는 건 경영진 역시 단기 성과 위주로 평가받기 때문"이라면서 "은행 경영진이 장기적인 실적과 고객과의 관계 속에서 평가받을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은행들이 손본 KPI를 보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은행들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하나은행은 PB(자산관리가) KPI에서 고객 수익률 비중을 기존 5%에서 12%로 높였다. 우리은행은 KPI에서 펀드 수수료 등 비(非)이자이익 관련 지표는 없앴고, 신한은행은 상대평가 방식에서 절대평가 방식으로 변경했다. 은행들은 "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찍은 것"이라 주장하지만, 소비자 보호나 고객 수익률 관련 배점을 높였다고는 해도 기껏해야 10% 안팎에 그친다. 은행원들 사이에선 "여전히 고객 수익률보다는 단기적인 영업 실적에 신경 쓰는 편이 나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연내에 은행권 KPI를 개편하기 위해 모범규준을 만들 예정이다. 단기 실적 비중을 줄이고 소비자 보호와 장기 성과의 반영 비율을 높이는 내용 등을 담을 예정이다. 또 은행권 경영실태평가 과정에서 KPI 운영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