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한 이후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 행진하고 있다. 한국갤럽 등 각 조사에서 60%대를 기록 중이다. 여권(與圈)에선 문 대통령을 태종·세종에 비유하는 '문(文)비어천가'가 쉴 새 없이 울려 퍼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들떠 있지만 말고 국민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도 눈여겨보면서 국정 방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난주 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자에게 '어떤 점에서 대통령이 잘하고 있나'라고 지지 이유를 물어본 결과, '코로나19 대처'(49%)가 절반을 차지했다. 다음은 '모르겠다'(9%), '전반적으로 잘한다'(7%), '열심히 한다'(5%) 등 이유가 구체적이지 않았다. 지지 이유를 따져보면 코로나 이후엔 대통령 지지율을 떠받쳐 줄 소재가 무엇일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특히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 중에서 '경제정책'과 '일자리 창출'은 각각 1%에 그쳤다. "경제 문제를 잘 다루고 있어서 지지한다"가 2%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다.

이번만이 아니라 현 정부 들어 갤럽이 매주 140차례 실시한 조사에서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가 '경제정책'이란 응답이 한 명도 없거나 1~2%에 불과한 경우가 129번에 달했다. '일자리 창출'이란 응답도 0~2%에 그친 적이 113번이었다. 국정운영 평가에 경제가 미치는 영향이 컸던 역대 정부와는 다른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적폐 청산과 한·일 갈등, 북·미 또는 남북 정상회담, 코로나 사태 등이 대통령 지지율의 효자 노릇을 했고 경제 실정(失政)이 부각될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치러진 선거도 마찬가지다. 2017년 5월 대선은 탄핵 정국에서 실시됐고, 2018년 6월 지방선거는 1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하루 뒤에 치러졌다. 올해 총선은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사태의 영향이 컸다. 경제 이슈가 작동되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선거가 계속 치러진 셈이다. 일각에서 "문재인 정부는 운이 좋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운을 실력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투자전문가이자 사상가인 나심 탈레브는 저서 '행운에 속지 마라'에서 "높은 수익률은 상당 부분 보이지 않는 행운의 손 덕분이므로 성과에 겸손해야 한다"고 했다. '능력으로 위장한 행운'을 경계하고 위험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주식투자나 기업경영뿐 아니라 정치에도 적용된다. 정부·여당이 총선 승리와 대통령 지지율에 도취되어 경제 활력을 되찾는 데 온 힘을 쏟지 않는다면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 닥쳐올 최악의 경제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국민의 평가는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행운이 작용한 결과에 자만하며 문비어천가를 부르고 있을 때가 아니란 얘기다. 영원히 계속되는 행운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