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과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 이낙연 전 총리가 18일 "엄중하게 보고 있다. 당과 깊이 상의하고 있다"고 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도 "공사가 구분되지 않은 것은 분명하고 워낙 여론이 좋지 않다"며 "당에서 그냥 기다리기에는 어려운 상태로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여당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폭로로 윤 당선인의 불투명한 돈 문제가 촉발됐는데도 줄곧 "친일, 반평화 세력의 부당한 공세"라는 억지를 부려 왔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의혹이 터지니 당 핵심 인사들 사이에서 윤 당선인과 거리를 두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열흘 새 제기된 의혹만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이날도 새로운 의혹과 앞뒤가 안 맞는 변명이 보태졌다. 윤 당선인은 2012년 경매에 부쳐진 2억원대 아파트를 대출도 없이 전액 현금으로 매입한 것과 관련, "원래 살던 아파트를 팔아 자금을 마련했다"고 했다. 하지만 기존 아파트 매각 시점은 경매 아파트를 낙찰받고 8개월이 지난 뒤였다.

정의연이 위안부 피해자 '쉼터' 용도로 구입했다는 부동산 관련 해명도 엉터리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윤 당선인은 7억5000만원에 매입한 이 주택이 "시세보다 비싸지 않았다"고 했지만 당시 이 주택과 비슷한 부동산은 땅값·건축비를 최대로 잡아도 4억원대였다. 정의연은 이 쉼터를 헐값에 매각했다는 지적에 대해 "화장터가 들어온다는 소문에 땅값이 떨어졌다"고 했지만 주민 반대로 화장터 개발은 이미 무산됐다. 개인 재산이라면 이렇게 어이없는 거래를 했겠는가. 쉼터 인테리어 비용에 1억원을 사용했다는데 업계 관련자들은 '최고급 자재를 쓰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견적'이라고 했다. 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TV를 보고 이 '쉼터'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 치가 떨린다"고 했다.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만든 휴식 공간이라는데 그 당사자들은 있는지도 몰랐다는 얘기다. 윤 당선인과 정의연을 상대로 시민단체가 제기한 고발 건만 8건이다.

윤 당선인은 "사퇴는 고려하지 않고 의정 활동을 통해서 증명하겠다"고 했다. 다음 주말 새 국회가 출범하면 180석 거대 여당의 비호 아래서 적당히 뭉개고 넘어갈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윤 당선인이 '탈탈 털린 조국 전 법무장관이 된 심정'이라고 하는 건 집권 세력이 조 전 장관 때처럼 자신을 엄호해 달라는 주문이다. 여당 내에도 '조국 사태에도 불구하고 선거에 압승했으니 윤미향 사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실제 지금 선거를 해도 민주당이 또 압승할지 모른다.

하지만 국정 권력 전체를 독차지하고 있는 집권 세력으로서 최소한의 도의가 있다. 파렴치와 불법 혐의에도 정도가 있다. 어떻게 위안부 피해자들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할 생각을 하나. 그런 사람이 어떻게 여당 국회의원일 수 있나. 이것이 위안부 운동에 성원을 보내온 국민에 대한 예의인가. 여당은 윤 당선인을 제명해 어떤 권력의 배경도 없이 검찰 수사를 받게 해서 흑백을 가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