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대면 개학을 앞두고 열린 교사 회의의 최대 쟁점은 '알코올이냐, 락스냐'였다. 20일부터 고등학교 3학년이 등교를 시작하는데, 학생들의 손이 닿는 시설물을 무엇으로 소독하느냐는 토론이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알코올 소독제와 희석한 락스액 둘 다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 토론은 한 부장교사의 "락스를 희석해서 쓰는 게 더 효과가 좋다"는 강력한 주장으로 일단락 났다. 이날 참석한 이모(37) 교사는 "매일 열리는 학교 회의에서는 모든 내용이 교육이 아닌 방역 관련"이라며 "교육청에서도 '1m 거리 두기' 외 아무런 지침이 없어서, 교사들이 모든 수칙을 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일선 학교는 '수업보다 방역이 우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미뤄진 학생들의 등교가 20일 이뤄질 예정인 가운데,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방역 지침에 대한 혼란이 생기고 있다. 교육부와 지방 교육청의 교내 방역 지침에 구체적인 내용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서울에 근무하는 한 교사(28)는 "교육 전문가에게 생활 방역 일체를 모두 맡기면 어떻게 하느냐"며 "우리 교장 선생님은 '수업보다 방역에 집중하자'고 하는데, 내가 교사인지 보건소 직원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예컨대 지난 4일 학교에 배포된 교육부 공문 중 수업 중 교실 책상 간격에 대해서는 '학생 간 최대한 거리 확보'라는 내용뿐이다. 다른 항목도 '마스크 상시 착용'등 추상적 지침들이다. 4일 이후 학교로 하달된 방역 지침은 없었다.

상황이 이렇자 교사들이 주먹구구식으로 방역 지침을 만들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김모(31)씨는 1·2학년 대면 개학을 실시하는 27일부터 '화장실 방역 담당'을 맡았다. 수업 중간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학생들이 화장실 안에서 1m 거리 두기를 유지하는지 감독하는 역할이다. 경북 포항의 한 고교 교사는 "학생들이 등교할 때 열감지 카메라를 대고, 급식실에서 1m 거리 유지를 감독하는 일을 교사 3명과 함께 맡았다"며 "3명이 300명 넘는 학생을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했다.

◇당장 방역 수칙이라도 만들어야

이동 수업에 대한 걱정도 나온다. 서울, 경기도 등 상당수 학교에서 '고교학점제'를 실시하고 있다. 대학교처럼 학생들이 직접 수업을 선택해 매 교시 이동 수업을 하는 방식이다. 경기도 수원의 한 고등학교는 '30명이 넘는 수업에서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벌점'이라는 방침을 검토 중이다. 이 학교의 교사는 "교실 내 모든 학생이 고개를 돌리는지 봐야 한다면 수업이 제대로 진행될 리 없다"며 "이런 코미디가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고3을 제외한 다른 학생의 개학 기간이 남아 있는 만큼, 질병관리본부와 협의해 실용성 있는 수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강원 명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교육부가 질병관리본부에 협조 요청해 1~2일 내에 학생 방역 수칙을 받아서 학교에 배포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