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

한국에서 최근 코로나19가 다시 번져 시민들을 속상하게 만들었지만, 한국과 아시아는 코로나19 확산을 막아 “(확진자 증가) 곡선을 평탄하게 만드는 일”에서 미국이나 유럽보다 확실히 더 성공적이었다. 미국에는 국가적 진단 전략, 국가적 접촉자 추적 전략, 충분한 정치적 리더십이 없었다. 5월 중순 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의 총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는 중국과 상대적으로 인접한데도 미국이나 이탈리아와 비교해 대단히 적다. 미국과 같은 날 첫 확진자가 나왔던 한국은 6주 안에 감염률을 낮춰 확진 사례가 1만1000건 정도에 머물렀다. 반면 미국은 확진 사례가 150만건에 이르고 방역 속도에서 한국에 몇 주, 혹은 몇 달 뒤처졌다. 베트남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도 감염률은 가장 낮다. 싱가포르는 최저 수준의 사망률을 보이며 검역과 사회적 거리 두기로 감염을 억제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대만은 5월 중순까지 확진 사례가 440건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미국이 봉쇄 조치를 내리고 경제적으로 곤두박질친 데 비해, 아시아 국가들은 어느 정도 정상적 상태와 경제적 활동을 유지했다. 세계가 현재와 미래의 전염병 대유행에 대비해 아시아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첫째, 빠른 대응이다. 홍콩, 한국, 싱가포르, 베트남, 대만의 정부 당국자들은 코로나19 대응에서 시간과 속도를 중시했다. 작년 12월 31일 중국에서 정체불명 폐렴이 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대만 당국자들은 우한에서 오는 비행기에서 유증상자를 가려내기 시작했다. 얼마 후, 홍콩은 중국과 잇댄 모든 국경을 닫았고 싱가포르는 중국발 비행기 입국을 일찌감치 금지한 국가 중 하나가 됐다. 반면 미국은 2월 2일까지 중국에 대한 여행 제한을 두지 않았고, WHO는 2월 4일까지도 국가들이 국제 여행을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1월 20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한국의 질병관리본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전국 단위의 1339 콜센터를 설립하는 데 9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첫 확진 열흘 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취약 사업장에 마스크 70만장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첫 확진 후 2주 만에 여섯 시간 안에 결과가 나오는 코로나 진단 키트가 승인을 받아 배포되었다.

트럼프는 미국에서 진단 검사가 수백만 건 이뤄지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이라고 자랑해 왔다. 그러나 아픈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기준은 평범한 시민이 원한다면 진단 검사를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받을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아니다.

둘째 교훈은 보건 전문가 말을 듣고 전국 단위에서만 가능한 일도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다. 한국도 미국처럼 N95 마스크 부족 문제에 직면했지만 정부가 개입해서 배포를 전국화했다. 싱가포르에서도 N95 마스크와 개인 보호 장구(PPE) 같은 중요한 의료 장비 배분을 중앙정부가 통제했다. 대만에서는 위생복리부 질병관제서가 마스크 가격 책정과 증산에 중심적 역할을 했다. 진단 키트, 산소호흡기, 다른 의료 장비를 놓고 시장(市長)과 주지사들이 다툼을 벌여야 했던 미국의 무계획적 대응과 비교하면 차이점은 현저하다.

셋째 교훈은 과거에서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홍콩, 대만, 싱가포르는 2003~2004년 사스 유행이 대중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반면 미국은 전국에서 사스 감염이 27건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공공장소에 비치된 손 세정제, 공공기관의 열 감지기, 엘리베이터 버튼에 붙은 항바이러스 필름, 라텍스 장갑, 마스크처럼 사스 이후 아시아 사회에서 '뉴 노멀'로 자리 잡은 예방적 공중 보건 조치가 서구인 대부분에게는 낯선 것이었다.

좋은 소식은, 다음번 전염병 대유행 때는 미국·유럽도 아시아 국가들처럼 과거 경험을 토대로 준비돼 있을 것이란 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시아가 코로나19 대응의 선례를 보여준 것처럼, 치료제와 백신 개발도 선도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들이 긴급 자원을 쏟아붓고, 공공과 민간 간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의료계와 과학계를 총동원해서 치료제를 찾아야 한다. 사스와 메르스 때문에 아시아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져 있으며, 그런 전문성은 세계 모든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국경 너머까지 공유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아시아가 함께 치료제를 찾을 지식과 자원의 공유를 선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