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정상(頂上)이 주말에 브런치를 먹으러 카페에 불쑥 나타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런데 그가 방문한 카페가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하는 건 더 놀라운 일이다.

저신다 아던(오른쪽) 뉴질랜드 총리가 2018년 6월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있는 한 병원 밖에서 자신의 딸을 안고 그의 약혼자 클라크 게이포드와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이런 일이 저신다 아던(39) 뉴질랜드 총리 커플에게 일어났다고 영국 가디언과 현지 언론 등이 1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날 아던 총리는 약혼자 클라크 게이포드(42)와 함께 수도 웰링턴에 있는 한 카페를 찾았다.

그러나 좌석이 만원이라 카페 매니저는 총리를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뉴질랜드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식당이나 카페 최대 수용인원을 100명으로 제한하고, 좌석 간 최소 1m의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브런치를 먹으러 방문한 아던 총리와 그의 배우자에게 자리가 만석이라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한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에 있는 카페 '올리브'.

이 일이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로 알려지자, 게이포드는 “순전히 미리 식당을 알아보거나 예약하지 않은 내 책임”이라며 “자리가 하나 났을 때 카페 직원이 우릴 쫓아와서 친절하게 안내해 줬다. A+ 서비스”라고 자신의 트위터에 해명했다. 뉴질랜드 총리실은 “코로나 제한 조치로 뉴질랜드 카페에서 자리가 나길 기다리는 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라며 “총리는 다른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기다리기로 했다”고 했다.

카페는 뉴질랜드 헤럴드 등과의 인터뷰에서 아던 총리가 전혀 특별 대우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총리가 떠난 지 몇 분 후에 카페 직원이 달려 가서 안내를 했는데, 다른 손님들에게도 마찬가지 대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페 점주는 “아던 총리는 아주 맛있는 브런치를 먹고 30분 후에 떠났다”며 “그는 모든 직원들을 상냥하게 대해줬으며 다른 손님들과 똑같은 대접을 받았다”고 했다.

브런치를 먹으러 방문한 아던 총리와 그의 배우자에게 자리가 만석이라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한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에 있는 카페 '올리브'의 브런치 메뉴 중 하나. 아던 총리가 어떤 메뉴를 먹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뉴질랜드는 발빠른 대처로 지난달 27일 코로나 종식을 선언하며 아던 총리의 리더십이 주목을 받았다. 뉴질랜드에서 첫 확진자가 나오기도 전인 2월 2일 그는 중국 본토에서 오는 외국인 여행객의 입국을 전면 차단했고, 하루 신규 확진자가 155명이었던 지난 3월 24일에는 전 국민이 자가 격리에 들어가는 최고 단계의 국가 봉쇄를 지시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수도 웰링턴에서 11일(현지 시각)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짓하며 발언하고 있다.

아던 총리는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일주일에 네 차례 이상 기자회견을 열었고, 저녁에도 티셔츠 차림으로 페이스북 온라인 생방송을 수시로 하면서 국민이 올린 코로나 정책에 대한 질문에 하나하나 답했다. 지난달 15일에는 “계층간 사회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치인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며 앞으로 6개월 동안 자신과 장관들의 월급을 20% 삭감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의 한 거리를 지난 14일(현지 시각) 지나고 있다. 뉴질랜드는 지난달 27일 코로나 종식을 선언한 이후 이달 14일부터 열흘간 점진적으로 봉쇄 조치를 완화해 나가기로 해, 이날부터 쇼핑몰, 식당, 극장, 놀이터 등의 재개장이 허용됐다.

뉴질랜드에선 17일까지 누적 1499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고 21명이 코로나로 숨졌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사건은 뉴질랜드가 코로나 이전으로 경제를 회복하는 와중에도 모두가 규칙을 지키면서 경계를 바짝 늦추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