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쓴 팬들을 담은 그림이 포항 스틸야드 관중석을 장식한 모습. 지난 10일 포항―부산전 풍경이다.

독일 프로축구(분데스리가)가 코로나 사태로 중단된 지 두 달여 만에 2019-2020시즌을 재개한다. 16일 권창훈(26)이 속한 프라이부르크와 라이프치히의 대결 등 5경기를 시작으로, 18팀이 6월 27일까지 남은 9~10경기를 소화할 예정이다.

관중은 받지 않는다. 분데스리가 중계방송사인 스카이는 녹음된 관중 함성과 노래 등 배경음을 화면에 입혀 내보내겠다고 밝혔다. 안방 팬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생동감을 전하기 위해서다. 일부 승용차의 스포츠 모드 혹은 레이스 모드에서 고성능차를 연상시키는 효과음이 실내에 흐르는 것과 비슷하다. 이 엔진 사운드 혹은 배기음은 가짜지만 운전자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기기도 한다. 분데스리가는 시청자들이 응원 함성 대신 양팀 선수나 감독의 목소리만 울려 퍼지는 현장 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텅 빈 관중석의 썰렁함을 지워보려는 아이디어로 따지면 현재 진행 중인 한국 프로축구와 프로야구가 분데스리가보다 몇 수 위다. 지난 10일 포항은 부산과의 2020시즌 프로축구 홈 개막전에서 함성, 탄식, 야유, 노랫소리 등을 경기 상황에 맞게 현장에서 틀었다. 예년엔 장내에서 플레이 중 확성기를 쓸 수 없었다. 심판 휘슬 소리 등이 묻힐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축구연맹은 무관중이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해 '앰프 응원'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구단과 팬들이 소통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FC 서울은 17일 광주와의 홈 개막전부터 온라인 '편파 중계'를 한다. 부산, 성남 등은 팬들이 소셜 미디어 등으로 보낸 메시지를 광고판에 띄우기로 했다. 대구 FC는 16일 포항과의 홈경기에 인형 기부 이벤트를 한다. 팬들이 온라인 몰에서 구매한 구단 마스코트(인형·쿠션) 2020개를 관중석에 앉히고, 나중에 지역 어린이들에게 선물하는 행사다.

프로야구팀들은 녹음된 관중 함성을 틀지는 않는다. 대신 치어리더들이 단상에 올라 음악에 맞춰 율동을 선보이고, 고수가 북을 두드린다. 여기에 타자 등장 곡이나 팬들 육성이 담긴 노래까지 어우러져 그럴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물론 수만 관중이 토해내는 진짜 소리만 한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