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계 다국적 제약사인 사노피(Sanofi)가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성공할 경우 미국에 우선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혀 프랑스는 물론 유럽이 발칵 뒤집혔다. 사노피는 지난해 매출이 393억달러(약 48조3800억원)인 프랑스 1위 제약사다. 논란은 지난 13일 사노피 최고경영자인 영국 국적의 폴 허드슨이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미국이 (실패할) 위험을 무릅쓰고 가장 먼저 (사노피의) 백신 개발을 후원했기 때문에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미국이 가장 많은 물량을 먼저 주문할 권리가 있다"고 말하면서 불거졌다. 사노피의 연구개발(R&D) 자회사인 '사노피 파스퇴르'는 정확한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 정부로부터 거액의 지원을 받아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허드슨의 인터뷰가 나오자마자 프랑스에서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정치인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프랑스에 본사와 공장을 둔 회사로서 상상도 못할 짓" 이라며 사노피에 맹공을 가했다. 특히 사노피를 위해 프랑스 정부가 오랫동안 R&D 자금을 지원해줬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결국 14일 엘리제궁이 "미국이 코로나 백신에 대한 우선권을 가질 수 있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으며, 코로나 백신은 평소의 시장 경쟁과는 달라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일부 프랑스 언론은 "마크롱이 격노했다"고 전했다.

후폭풍이 커지자 사노피는 서둘러 진화했다. 사노피의 프랑스법인 대표인 올리비에 보지요는 14일 방송에 출연해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모든 사람이 수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보지요 대표는 "미국이 코로나 백신 개발을 위해 큰 금액을 투자한 덕분에 백신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며 "유럽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