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정 사회정책부 기자

'지금은 취업자의 절반만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는데, 모든 취업자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현대리서치연구소에 의뢰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에 대한 전화 여론조사에 이런 질문이 들어가 있다. 응답자의 '70.4%'가 찬성했다고 한다. 그런데, 질문이 묘했다. '취업자의 절반만 가입돼 있다'는 말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전부 가입해야 하는데 절반만 가입돼 있으니 확대해야 한다는 대답을 유도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질문에 "반대한다"고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한 여론조사 업체의 연구원에게 물었더니 "특정 답변을 유도할 게 아니라면 '절반만' 같은 형용사는 찬반 설문을 설계할 때는 되도록 배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이 설문에 나오는 다른 질문에도 문제가 있다. "고용보험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 자영업자들"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이건 사실과 다르다. 현행법상 550만명에 달하는 자영업자 모두 원하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가입률이 0.38%에 불과할 뿐이다. 자영업자는 직원들을 의무적으로 고용보험에 가입시켜주고 보험료 절반을 내줄 회사가 없다. 그러니 본인이 전액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가입률이 저조하다.

이런 점을 지적하자 일자리위 관계자는 "그렇다. 정확하게는 '가입 대상 제외'가 아니라 '의무 가입 대상 제외'가 맞는 말이긴 하다"고 인정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렇다면 분명하게 밝혔어야 한다. '의무'라는 단어를 슬그머니 빼서는 안 된다.

이번 여론조사 질문들의 표현을 다듬었다는 현대리서치의 한 관계자는 "이 설문 자체가 취약한 분들을 고용보험에 가입시켜야 된다는 목적이 있었고, 그걸 강조하려고 (그런 표현들을) 쓴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단어 하나하나로 꼬투리 잡지 마시라. (설문을 받는) 국민들은 그런 거 넘어가 주신다"고 했다. 꼬투리 잡지 말라고 했다. 여론조사 업체에서 어떻게 이런 말을 하나.

전 국민 고용보험은 돈이 얼마나 들지, 무슨 돈으로 할지 등 논란이 있는 정책이다. 정부도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듣고 싶은 대답을 끌어내기 위해 여론조사를 했다는 의심이 든다. 속이 뻔히 들여다보인다. 일자리위원회는 '대국민 인식 조사'를 했다고 하지만, '대국민 홍보 조사'라는 이름이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