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논객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5일 미래통합당 오신환·유의동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통합당은 뇌가 없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브레인이 없다. 당 싱크탱크가 여의도연구원이었는데, 여의도연구원이 망가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여연에서) 그나마 남은 게 여론조사인데 그마저도 별로"라며 "사회과학적 이슈로 무장해야 한다. 정보화 사회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 전 교수는 "의원들이 학습해야 한다"며 "이젠 실용주의적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진보 논객’ 野 토론회서 쓴소리 - 진중권(가운데) 전 동양대 교수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길 잃은 보수정치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진 전 교수는 “사회 주류가 바뀌었는데, 보수는 사양 시장만 붙잡고 있다가 ‘집착하는 보수’가 됐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사회 주류가 바뀌었는데, 보수는 사양 시장만 붙잡고 있다가 '집착하는 보수'가 됐다"고 했다. 그는 "보수는 산업화의 주력이었지만, 정보화 시대로 넘어가며 박정희 신화가 무너졌다"며 "이제 '586'이 된 '386'이 사회 주류로 등극했다"고 했다. 그는 "사회가 이렇게 바뀌는 동안 보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산업전사, 반공(反共)전사라는 정체성을 아직까지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보수가 이번 총선에서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했다고도 지적했다. "당 대표가 황교안이었다. 이것만 봐도 탄핵의 강을 못 넘은 것"이라며 "'탄핵 정권 총리'다, '패전투수'다 하니 대안 세력으로 인정을 못 받았고, 그러니 (세력이) 붙지를 않았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결국 통합당에 태극기 보수 유튜버만 남았다. 선동해서 선거에서 이길 거라고 하니 광신도가 됐다"고 했다. 인천 연수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민경욱 의원과 일부 보수 유튜버는 4·15 총선 참패 이후 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진 전 교수는 "패배가 인정이 안 되니 음모론이 됐다"고 했다. 그는 "극단적 유튜버와 선동 세력들은 자기 동력을 가지고 있어 통제가 안 된다"며 "민경욱 의원을 잘라야 한다고 했다. 계속 사고 친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솔직히 1월, 2월 야당 노릇은 저 혼자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조국 사태' 등이 불거지자, 하루에 10여개씩 페이스북을 통해 글을 쏟아내며 여권의 각종 모순을 정면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비판' 자체도 산업사회적"이라며 "(상대보다) 더 나아져야 하고, 저들을 '나쁜 놈'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후진 놈'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욕하는 게 아니라, 저들보다 앞서 있다는 느낌을 줘야 (통합당에 대한) 혐오·기피의 감정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토론회가 비공개로 전환된 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 당에 그 정도로 쇄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며 "이걸 갖고도 왈가왈부해 혀를 찼다. 뇌가 없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공개 토론에서도 "2010년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얘기는 원래 좌파 정책으로 저쪽(진보 진영) 어젠다를 가져온 것"이라며 "보수·진보가 아니라 흑묘냐 백묘냐 이런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를 겨냥해 "당의 대선 후보까지 지낸 분이 'X개'도 아니고 집앞에서 이렇게 싸우느냐"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전 교수는 "이번 총선에서 처음으로 한번 미래통합당을 찍을까 했는데 안 찍었다"며 "인물만 괜찮다면, 웬만하면 찍으려고 했는데 웬만하지 않았다"고 했다.

진보 정당을 지지하던 진 전 교수가 보수 정당 토론회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진 전 교수는 "사실 저는 보수 정당에 큰 관심이 없었고, 지금도 관심사는 진보 진영이 왜 이렇게 망가졌는가에 있다"고 했다.

그는 여권을 겨냥해 "저 사람들, 진보라는데 진보 아니다"라며 "바꿀 것보다 지킬 게 많은 세력이다. 신(新)보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