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원 한양대 공학대학원 보석학과 겸임교수

2년 전 가을, 나는 흥분에 들뜬 심장을 꾹 누른 채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소더비 경매에 나온 마리 앙투아네트의 보석 열 점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루이 16세 일가의 어설픈 탈출 계획은 민중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하지만 마리 앙투아네트 보석의 일부는 치밀한 작전 속에 국경을 빠져나가 친정 오스트리아에 안착했다. 사람은 실패, 보석은 성공…. 그 흔적이 200여 년 만에 공개되는 자리였다. 누군가의 소유가 확정되는 순간 영영 자취를 감출지도 모를, 온갖 비밀이 응축된 보석의 무게를 나는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누가 주인이 되느냐에 따라 보석은 존재 이유가 180도 달라진다. 각자 보석에 부여하는 의미도, 이루고자 하는 소망과 의지도 다르기 때문이다. 일찍이 인간은 땅속 깊은 곳에서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자연의 에너지를 소유함으로써 원하는 바를 이루려고 했다. 그 간절함은 보석을 신앙의 상징으로 세웠고, 왕관 가장 높은 곳에서 빛나는 절대 권력의 표상으로 만들었다. 그 권력이 벌인 숱한 전쟁과 식민지 개척, 또 권력을 전복하려는 혁명 속에서 보석의 운명이 바뀐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그 과정이 신기해 이 작은 돌들의 발자취를 파헤쳐 책으로 엮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코로나19는 하늘길을 폐쇄했지만, 이 책 ‘세계를 움직인 돌’(모요사) 표지에 한가득 박힌 5월의 탄생석 에메랄드를 보며 마음을 달랜다. 여행이 다시 우리 일상에 허락되려면 꽤 긴 시간이 필요할 터, 여권에 도장을 찍지 않아도 가능한 보석 세계사 여행은 어떨까? 그 여정이 끝난 뒤에는 잊고 있던 보석을 꺼내보자. 어머니가 물려준 옥 반지도 좋고, 작은 진주가 곱게 박힌 브로치나 자수정 목걸이도 괜찮다. 분명 내밀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