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TV 코미디 프로그램은 ‘웃으면 복이 와요’다. 1969년 8월 MBC 개국 첫 주부터 방송됐다. 당시 서울 집값이 평당 10만원쯤이었는데 국산 TV 한 대에 7만원 정도 했으니, 아무나 볼 수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1970년대 들어 TV 값이 떨어져 대중화되면서 ‘웃으면 복이 와요’도 전성기를 맞았다. 전화 설문으로 조사했다는 당시 시청률로 70%가 넘을 정도였다고 한다.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 하는 노래가 매일 아침 동네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던 시절, 일주일에 한 번 고단함을 잊고 배꼽 잡게 해준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TV 코미디는 1950년대 악극단 출신들이 이끌었다. '한국 코미디의 삼황(三皇)'으로 불리는 서영춘·구봉서·배삼룡도 모두 악극단 출신이다. 코미디언들은 무대에서처럼 대본·분장·무대의상을 갖추고 카메라 앞에 섰다. 이런 프로그램은 KBS '유머 일번지'로 이어져 한국 코미디언 2세대인 임하룡·김형곤·심형래·최양락을 배출했고 이후 '개그 콘서트' '웃음을 찾는 사람들' '코미디 빅리그' 등으로 이어져 왔다.

▶1990년대 말 이른바 '리얼 버라이어티쇼'라는 프로가 등장하면서 기존 코미디가 시들해질 때 등장한 것이 '개그 콘서트'다. 코미디 전통을 이어받았으나 몸짓보다 말재주로 웃기는 개그맨이 본격 등장한 프로이기도 하다. 이 역시 대학로의 코미디 연극을 TV로 가져온 것이다. '개콘의 아버지'로 불리는 개그맨 전유성이 "코미디 프로에 자막은 공해일 뿐"이라고 강력히 주장해, 한동안 출연자 이름조차 자막으로 소개하지 않을 만큼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시청률 35%를 넘나들던 2003년쯤에는 일요일 밤 개콘 엔딩곡이 흘러나오면 '내일 또 회사 가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월요병이 시작된다고 할 만큼 높은 인기를 누렸다. 2010년대 들어 코미디 프로들의 시청률이 크게 떨어졌다. SBS '웃찾사'가 종영됐다. 하지만 그 뒤에도 개콘은 '사상 최장수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살아남아 명맥을 유지해왔다. 그런 개콘의 시청률이 최근 2.5%까지 떨어져 사실상 폐지된다고 한다.

▶코미디의 몰락은 ‘잡담 예능’의 인기와 맞물려 있다. 정치인·법조인·운동선수 할 것 없이 말발 센 사람들이 ‘예능’이란 이름의 프로에 몰려 대본도 없고 분장도 안 한 채 말장난 경연을 벌여 코미디 시청자를 빼앗아갔다. 갈 곳 없어진 무명 개그맨들은 유튜브에 채널을 만들어 살길을 찾고 있다. 반세기 만에 지상파 TV에서 코미디가 사라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