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선우 정치부 기자

"너희가 당대표라도 되는 줄 아느냐."

최근 5·18 광주(光州) 민주화 운동과 세월호 참사 관련한 당내 인사들의 과거 막말에 대한 '사죄'를 논의한 미래통합당 청년들이 당내에서 들은 호통이다. 당 일부 인사는 청년들에게 "너희가 가해 당사자도 아닌데 '오버'하지 말라" "당 지도부도 아닌데 무슨 사죄를 하겠다는 것이냐"고 따진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 청년 비대위 관계자는 "사죄가 아니라 '참회'라고 했으면 괜찮았을지…"라고 했다. 그의 씁쓸한 말투를 들으며 '꼰대'라는 비아냥을 듣는 통합당의 경직성은 여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해 당사자'에게만 사죄 자격이 있다면, 매년 독일의 전쟁 범죄를 사죄하는 메르켈 총리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1954년생인 그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당대표 등 지도부만 사죄할 수 있다는 발상 역시 권위주의적일 따름이다. 다른 청년은 "'나이도 어린 것'들이 나대는 모습이 그냥 보기 싫다는 것 같다"고 했다.

문제는 '사죄'나 '참회' 같은 표현의 수위가 아니다. 통합당 일부 인사는 그간 국민적 아픔이었던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세월호 참사에 대해 '북한군 폭동' '괴물 집단' '텐트 문란 행위' 등의 발언으로 커다란 논란을 자초해왔다. 충성 지지층만 결집하면 된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이런 막말 정치는 결국 궤멸적 선거 패배라는 대가를 치렀다. '88만원 세대'의 우석훈 박사는 최근 "등산복 입고 태극기를 든 노년층에게 혐오감을 품은 젊은이들이 통합당을 심판한 것"이라고 했다. 이런 과거에 대해 당의 미래인 청년들이 스스로 반성하겠다는 움직임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다. 한 수도권 낙선자는 "격려를 해도 모자랄 판에 핀잔을 주다니, 미래통합당에 역시 '미래'가 안 보인다"고 했다.

범여권은 이번 총선에서 1990년대생 당선자 3명(용혜인·류호정·전용기)을 배출했다. 1980년대생도 7명이다. 10명이나 되는 2030 국회의원들이 동 세대 민심의 창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야권은 1990년대생은커녕 마흔이 목전인 1980년대생 당선자 3명(김예지·지성호·배현진)을 냈을 뿐이다. 통합당의 지역구 당선자 3040 비율은 14.3%다. 17대(37%), 18대(42%) 국회의 반 토막도 안 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통합당은 선거에서 떨어지고도 당에 남아 미래를 개척하겠다는 청년들을 귀하게 여길 줄 모른다. 오히려 "너희가 감히?"라며 손가락질한다. '40대 기수론' '830 전면 배치' 등은 아직 진정성 없는 구호에 불과한 것처럼 보인다. 통합당 차기 지도부는 청년들의 언로(言路)와 공론장을 보장하고 청년들을 주요 당직에 과감히 등용해야 한다. '꼰대 정당' 이미지를 바꾸지 않으면 2년 뒤 대선 결과는 볼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