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정부가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21대 국회에서 본격 추진할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도 기존에 당정이 합의한 원격의료 허용 범위를 보다 넓히는 방향으로 원격의료 도입을 추진하려는 분위기다. 다만 여권은 원격의료 도입을 둘러싼 "의료 민영화" "동네 병원 죽이기"라는 시민사회 일각과 의료계 일부의 반발을 의식해 원격의료란 용어 대신 '비대면(非對面) 의료'란 표현을 쓰고 공공성(公共性)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원격진료센터서 환자들 진찰하는 중국 의사들 - 지난 2월 16일 중국 쓰촨성에 위치한 원격 진료센터에서 의사들이 마스크를 쓴 채 화상으로 환자들을 진찰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6년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박차를 가해 원격의료 시장 규모만 39억달러(약 4조8000억원)에 달한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관계부처 합동으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기재부도 비대면 의료 도입에 적극 검토가 필요하다는 기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했다. 전날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이 민주당 당선자 대상 강연에서 "원격의료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 데 이어 기재부도 추진 가능성을 밝히고 나온 것이다.

다만, 김 차관은 이날 원격의료 대신 비대면 의료라는 표현을 썼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전화 상담·처방 등의 원격진료가 '비대면 진료'란 이름으로 이미 한시적으로 시행 중이다. 두 용어 가운데 비대면 의료의 경우,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한 필수 대응 조치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는 게 청와대와 정부의 판단이다. 그간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와 일부 시민단체가 거세게 반발해온 원격의료가 의료 민영화, 산업화 등 경제성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비대면 의료에 대한 거부감은 덜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그간 비대면 의료를 막고 있던 '큰 둑'이 무너진 셈"이라며 "의료 민영화, 의료 산업화 논리가 아니라 코로나 2차 대유행에 대응하는 전화 처방 등 공공 의료 서비스 증진 차원에서 비대면 의료 논의는 피해갈 수 없다"고 했다.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는 전면적 원격의료가 아니라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을 맞아 공공 보건·의료 서비스 강화를 위해 추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주당도 21대 국회에서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코로나 국면을 통해 국민이 원격의료에 대한 편리함과 유효성을 경험했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기존 당정이 합의했던 원격의료 도입 대상을 보다 넓히는 방안으로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격·오지 군부대 장병 ▲원양선박 선원 ▲교정시설 재소자 ▲도서·벽지 주민 등에 한해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미 2018년 당정이 합의한 내용이지만 '의료 민영화를 저지해야 한다'는 일부 시민단체와 의료계 일각의 반발을 의식해 법안 발의까지 이어지진 않은 상태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기류가 달라졌다. 기 의원은 "기존 당정 간 합의했던 바와 같이 네 가지 분야에만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것은 코로나 사태 이후 변화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국민이 비대면 의료 서비스의 장점을 경험한 만큼 21대 국회에서 좀 더 진전된 안(案)을 낼 것"이라고 했다. 기존에 당정이 합의했던 '군부대·원양선박·교정시설·도서벽지'보다 적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이 전 정권에서 원격의료를 당론으로 반대했던 만큼 갑자기 확대 허용 입장을 내는 것에 대해선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원격의료 허용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추진하거나 (당정이) 협의한 적이 전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