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주요 농산물 수출국의 운송과 무역 기능이 마비되면서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주요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는 등 식량 위기가 촉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은 올해 말까지 세계 30여 국가가 기근을 경험할 가능성이 있으며, 잠재적으로 1억3000만명을 기아 직전까지 몰고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랜 내전 종식 후 최근 새로운 통합 임시 정부가 구성된 남수단이 위기에 처한 국가 중 하나라고 WSJ는 설명했다. 남수단의 밀 가격은 2월 이후 62% 폭등했고, 주식인 카사바 가격도 41% 올랐다. 남수단 내무부 차관 지명자 마비오르 가랑은 WSJ에 "국경은 폐쇄됐고, 국내에선 식량 생산이 불가능하다"며 "코로나 이전에도 기근 위기였는데 여기에 코로나까지 더해져 미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인도에서는 감자 가격이 27% 급등했고, 미얀마에서도 병아리콩 가격이 20% 올랐다.

이처럼 주요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것은 셧다운(봉쇄) 조치로 공급망이 망가지고, 주요 생산국이 수출을 제한한 데다 사재기까지 극성을 부리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에선 운송 기능이 차질을 빚으면서 농산물이 밭에서 그대로 썩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세계 최대 쌀 수출국 인도에선 셧다운으로 물류 이동이 중단되면서 전체 물량의 15~20%만이 출하되고 있다. 세계 3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도 3월 이후 모든 수출을 멈췄고,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는 오는 7월까지 수출을 중단한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 일부 국가는 식량을 사재기하면서 가격이 더 오르는 악순환이 예상된다. 전체 식량의 3분의 2를 수입에 의존하는 대만 정부는 의무 보유량의 3배 규모의 쌀을 비축했고, 전체 식량의 90%를 수입하는 아랍에미리트도 주요 품목의 재고를 3개월치에서 12개월치까지 확대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반면 나이지리아와 같은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의 빈국들은 경제 위기로 통화 가치까지 폭락해 식량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