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4월 취업자 수가 외환 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고용 쇼크'가 현실화됐지만, 실업자 수는 117만명으로 전달보다 오히려 7만명 줄었다. 실업률도 전달과 같은 4.2%를 유지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와 실업률이 비슷했던 미국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미국은 4월 실업자가 2300만명으로, 전달보다 무려 1600만명 증가했다. 미국이 한국보다 인구는 여섯 배인데, 실업자 수는 스무 배 차이로 벌어진 것이다. 실업률도 미국은 3월 4.4%에서 4월 14.7%로 껑충 뛰었다.

한·미 간의 실업률 격차가 크게 벌어진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코로나로 인한 경제 충격이 한국보다 미국이 훨씬 크다. 미국은 3월 산업생산이 전달 대비 5.4% 감소해 1946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0.3% 하락에 그쳤다.

우리나라 특유의 경직된 노동시장도 원인이다. 노동시장이 유연한 미국에서는 기업들이 경기 호황일 때는 사람을 더 뽑고, 반대로 침체일 때는 감원에 나선다.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의 경우 관리직 직원 최소 3400명을 정리해고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에 들어갔다. 인력 30%를 구조조정하는 것이다.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비용 절감을 위해 대규모 휴직으로 대응할 뿐 정리해고 카드는 꺼낼 엄두도 못 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법에도 경영난에 처했을 때 인력을 감축할 수 있게 돼있지만 요건이 까다로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정부 지원도 고용 유지가 조건으로 달려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실업자'가 급증한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휴직자'가 급증한 것도 이런 사정과 관련 있다.

무급휴직을 실시하고 정부에서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더라도 기업은 4대 보험 등으로 상당한 인건비를 지출해야 한다. 적자에 빠진 기업 입장에서는 이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기업이 비자발적 희생으로 사회 안전망 역할을 대신하며 미국과 같은 실업 대란을 간신히 틀어막고 있는 형국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이나 취업자 모두에게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가 종식되면 미국은 일자리가 크게 늘겠지만, 우리는 '한번 뽑으면 해고하기 어렵다'는 우려 때문에 그러지 못할 것"이라며 "기업이 인력과 비용을 줄이지 못하고 버티다 문을 닫으면 결국 더 많은 근로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