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은 청년과 여성, 임시·일용직 같은 일자리 취약 계층에 집중됐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4월 취업자 수는 작년 4월보다 47만6000명 줄었다. 외환 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1999년 2월(-65만8000명)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대학교 취업상담 부스도 문 닫아 - 13일 서울의 한 대학교 취업 상담 부스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폐쇄돼 있다. 상당수 기업이 코로나 때문에 상반기 채용 일정을 연기하면서 지난달 20대 이하 취업자 수는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24만5000명 줄어 2009년 1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60대를 제외한 전 연령에서 취업자 수가 감소했지만, 특히 청년층의 고용 상황이 심각했다. 4월의 20대 이하 취업자 수는 작년보다 24만5000명이 줄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9년 1월(-26만2000명)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6.6%로 4명 중 1명이 노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과 함께 고용 취약계층인 임시·일용 근로자와 여성 취업자 수도 큰 폭으로 줄었다. 고용 계약 기간이 1년 미만인 임시근로자 수는 58만7000명 감소해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0년 1월 이후 최대 폭으로 줄었다. 고용 기간이 1개월 미만인 일용 근로자 수도 19만5000명 줄었다.

여성 취업자 수는 29만3000명이 줄어 남성(-18만3000명)보다 감소 폭이 훨씬 컸다. 1998년 12월(-60만4000명) 이후 21년여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올해 2분기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벌써 다음 달 발표되는 5월 고용 상황은 더욱 심각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비스업 실업 대란

2016년 말부터 부산 범일동에서 50평 규모 오겹살 전문점을 운영하던 박모(42)씨는 지난 3월 홀 서빙 담당 세 명 중 두 명을 내보냈다. 월 4000만원이던 매출이 반 토막이 나 손익분기점 매출 3500만원을 크게 밑돌았다. 결국 박씨는 4월 초 가게를 접으며 남은 세 명의 직원도 모두 떠나 보내야 했다.

음식점 휴·폐업으로 인한 실업은 영세 업장에만 한정된 일이 아니다. 13일 서울 삼청동의 한 미쉐린 스타 식당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이곳은 4년 연속 별 등급을 받은 고급 프랑스 식당이었지만,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달 폐업했다. 이런 고급 식당이 문을 닫으면 최소 열다섯 명 안팎이 일자리를 잃는다. 외식업계에서는 보통 20대 주방·서빙 직원의 월급은 200만원 초반, 30~40대 매니저급은 월 400만원 정도 받는다고 한다. 한 식당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휴·폐업한 식당들에서 요리사와 서빙 인력들이 쏟아져 나오며, '구직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업 '실업 대란'은 앞으로가 더 문제다. 서울 동대문 부근에서 객실 50개 호텔을 운영하는 김모(47)씨는 지난 3월 초 임시 휴업에 들어가면서 정부에서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직원 열두 명에게 월급을 줬다. 이들은 정부 통계상 실업자로 잡히지 않는다. 김씨는 "지금 상태가 지속되면 9월엔 결국 호텔 문을 닫아야 하고 직원들을 내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시내에만 이처럼 휴업에 들어가 언제 다시 문을 열지 기약 없는 호텔이 50여 곳에 달한다. 휴업 중인 호텔에 직간접적으로 고용된 인원은 최소 5100여 명에 이를 것이라는 게 업계 추산이다.

제조업 일자리도 줄어

'코로나 쇼크'로 중소 제조업체에서도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모(여·65)씨는 12년 동안 근무했던 서울 구로구 소재 지퍼 생산 공장에서 해고됐다. 코로나 유행으로 인한 대면 소비 급감 때문이었다. 오씨는 "회사가 주로 중국 등 해외에 수출하거나 국내 도매상에 제품을 팔았는데 코로나가 터진 2월부턴 일감이 싹 끊겼다"고 했다.

1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제조업 분야 취업자는 전년 대비 4만4000명(-0.1%) 감소했고, 고용보험 가입자도 전년 동월 대비 2월엔 2만300명, 3월 3만1000명, 4월 4만명씩 계속 줄었다. 4월 12만9000명 늘어난 실업 급여 신규 신청자 가운데서도 제조업 분야가 2만2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제조업체 해고자들은 특히 "해고 통보보다 더 무서운 건 새 일자리 잡기가 어렵다는 것"이라고 했다. 공장들이 연쇄적으로 문을 닫고, 일용직 또한 일감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충무로 소재 인쇄·종이 재단업체에서 3년간 근무하며 월 200만원씩 받던 박모(55)씨는 지난달 말 공장이 파산 신청을 해 실직자가 됐다. 박씨는 "나를 포함해 직원 세 명이 모두 잘렸다. 당장 주변 인쇄업체에 단기 대타 일자리라도 알아보고 있지만, 다 사정이 좋지 않아 이직이 쉽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