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참모본부는 GP(감시소초) 총격 사건 직후 북한을 감싸는 듯한 취지의 브리핑을 한 것에 대해 사건 발생 열흘 만인 13일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군은 당시 북한 도발이 우발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유효 사거리 밖에서 총격이 이뤄졌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죄송하다"고 했다. 하지만 사과를 하면서도 군은 여전히 "북한군 총격은 우발적"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또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 맞는다"면서도 "합의는 실효적으로 준수되고 있다"는 모순된 주장을 했다.

◇원격체계 고장으로 32분 만에 대응 사격

합참에 따르면 우리 군의 첫 대응은 지난 3일 오전 7시 41분쯤 GP 근무자들이 GP 외벽의 섬광과 충격음 발생을 들은 지 32분 만에 이뤄졌다. 북한군의 14.5㎜ 고사총탄 네 발은 아군 GP 관측실 방탄 창문 아래 1~2m 구역에 집중적으로 꽂혔다. 당시 공격받은 GP의 현장 지휘관이었던 GOP 대대장(중령)은 총격 발생 20분 뒤인 8시 1분 출근 중인 상황에서 K-6 기관총 원격 사격 체계로 타격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기관총은 고장으로 불발됐다. GP 근무자들은 이를 응급 복구하려 했지만 공이(뇌관을 쳐서 폭발토록 하는 쇠막대)가 작동하지 않았다. 연대장(대령)은 사건 발생 32분이 지난 8시 13분에 K-3 기관총으로 대응 사격할 것을 지시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우리 군이 발사도 안 되는 총기로 최전방을 지키고 있다니 한심한 일"이라고 했다.

군은 8시 18분 사단장(소장)이 북한군 14.5㎜ 고사총과 유사한 종류의 K-6 기관총으로 수동 사격할 것을 다시 지시했다. 우리 군은 K-3와 K-6를 각각 15발씩 총 30발을 조준 사격했다. 군은 북한군 GP에 '쌍열(2개 묶음) 고사총'이 설치된 것으로 미뤄 네 발 이상이 발사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GP 근무자들이 총성을 연속으로 세 차례 청취했다고 증언했는데, 두 발씩 총 여섯 발이 발사됐을 것이란 얘기다.

◇"9·19 군사합의 위반이지만 실효적으로 지켜"

합참은 지난 3일 사건 직후 브리핑에서 이번 도발이 우발적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군은 이날 "우발적 도발을 강조해 다른 의혹을 만드는 것 같은데, 그 점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우발적이었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했다. 합참 관계자는 "군이 두 번이나 대응 사격을 했지만 북한 반응이 없었고, 북한군은 일상적인 영농 활동을 했다"며 "특히 당시 북한군 GP 근무자들이 철모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군은 북한군의 3일 도발에 의도성이 없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사건이 북한군 근무 교대 시간에 발생했다는 점도 근거로 댔었다. 하지만 실제 교대 시간은 오전 7시로 도발 시각보다 빨랐다는 지적이 나왔다. 군은 "그날 안개로 (교대 시간이) 늦어졌다고 추정할 뿐"이라고 했다.

합참은 이번 도발에 사용된 북한군 14.5㎜ 고사총의 유효사거리에 대해선 "(대공화기로 사용했을 때의) 1.4㎞가 공식적인 거리"라며 "수평 최대 사거리를 고려하면 더 멀리 나갈 수 있지만 유효사거리에 대한 (추가) 평가는 없었다. 혼선을 드린 것은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군은 애초 북한군 도발 무기의 유효사거리가 도발 GP와의 거리인 1.5㎞보다 짧기 때문에 우발적 총격이 일어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합참이 지난 2018년 국회에 14.5㎜ 고사총의 유효사거리를 3㎞로 보고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국방부는 이번 북한군 총격 사건이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9·19 군사합의 이전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군사적으로 안정돼 있고 (북한이) 9·19 합의는 실효적으로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