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원격의료 추진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도입 논의가 시작된 이후 10년 만에 원격의료 본격 도입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여당 강경파와 좌파 시민단체 반대에 부딪혀 원격의료 도입이 무산됐지만, 거대 여당 출범으로 가능성이 커졌다. 동네 병·의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계 반발이 관건이다.

◇정치권선 여당 강경파 반발로 무산

더불어민주당은 2017년 대선 공약집에서 원격의료 허용에 대해 "재벌에 특혜 주고 국민에게 부담 주는 의료 영리화 정책"이라고 반대했다. 하지만 집권 이후에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하에 헬스케어특별위원회를 두고 허용을 검토했다. 도서 벽지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의료를 도입하는 논의에도 나섰다.

원격의료에 대한 청와대의 의지는 민주노총과 좌파 시민단체 등 핵심 지지층의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이들은 "원격의료가 의료 민영화와 의료 시장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여당 내 강경파 의원들도 비슷한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 정부와 여당은 2018년 8월 격·오지 군부대 장병과 원양선박 선원, 교정시설 재소자, 도서·벽지 주민에 한해서만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제한적인 의료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여당 의원들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이 높고 친문 의원 수가 어느 때보다 많은 만큼 여당 강경파의 반발도 이전보다 약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밥그릇 지키기' 의료계 반발 관건

의사가 다른 지역 의사에게 자문하는 형태의 의료인 간 원격의료는 지난 2002년 의료법 개정으로 허용됐다. 하지만 의사가 환자의 질병 상태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하고 전화나 팩스 등으로 처방전을 발행하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는 여전히 불법이다. 이명박 정부(2010년)와 박근혜 정부(2016년)가 두 차례에 걸쳐 의료법 개정 시도를 했지만 무산됐다. 일본(2015년)과 중국(2016년)이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했지만, 국내 의료계는 오진에 따른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고, 대형 병원 쏠림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반대가 13만명의 의사 밥그릇 지키기 성격이 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예방의학 전문의는 "원격의료를 추진할 때마다 의료계는 정부나 IT산업계와 번번이 충돌했는데, 사실상 밥그릇 싸움, 주도권 싸움으로 흘러간 게 가장 큰 이유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정부가 다른 지역 의사가 간호사를 통해 진단·처방을 내리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강원도의 동네 병·의원을 대상으로 추진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의료계의 반발을 의식했다는 말이 나왔다. 코로나 사태로 정부가 지난 2월 22일 감기 등 가벼운 호흡기 질환이나 만성질환 환자에 대한 전화 상담·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것을 두고도 의사협회는 "전면 거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