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의 명사는 각자 성(性)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어를 표준화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인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여성 명사라고 결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지난 7일 코로나 감염증을 뜻하는 '코비드-19(covid-19)'라는 단어의 성을 여성으로 규정했다고 밝혔다. '코비드-19'가 영어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2019(Coronavirus Disease 2019)'를 줄인 표현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표현의 중심 단어인 질병(disease)과 같은 의미의 프랑스어 단어(maladie)가 여성 명사이기 때문에 '코비드-19'가 여성형이 되는 것이 논리적이고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국제올림픽위원회(CIO·영어로는 IOC)의 경우 중심 단어인 위원회(comité)가 남성형이라는 이유로 CIO를 남성으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캐나다의 프랑스어권인 퀘벡주에서도 같은 논리로 '코비드-19'를 여성 명사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미 언론을 중심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남성 명사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혼란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왔다. 학계에서 '코비드-19'라는 용어를 정립하기 이전에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말이 널리 사용됐고, 프랑스어의 바이러스가 남성 명사라는 점에서 프랑스 언론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남성 명사로 써왔다.

여성계 일각에서는 여성 차별이라며 문제를 제기한다. 남성 중심인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부정적인 뜻을 가진 단어들을 여성형으로 몰아간다는 불만이다. 프랑스어에서는 거칠고 어두운 의미를 가진 명사 중에서 여성형이 제법 많다. 전쟁(guerre), 사기(fraude), 고통(douleur), 증오(haine), 투쟁(lutte) 등이 여성형이다.

논란은 있지만 결국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권위에 의해 '코비드-19'가 여성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리슐리외 추기경이 1635년 설립한 유서 깊은 기관이다. 프랑스어를 빛낸 작가, 비평가, 역사가 등 40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