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감염된 젊은 스모 선수가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 사회가 동요하고 있다.

일본 스모협회는 13일 스에타케 기요타카(末武淸孝·사진) 선수가 도쿄도 내 병원에서 코로나에 감염돼 숨졌다고 발표했다. 28세인 그는 스모의 상위 10등급 중 여덟째인 산단메(三段目) 소속이다. 일본을 상징하는 국기(國技)인 스모 선수가 코로나로 사망한 건 처음이다.

그의 죽음은 코로나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PCR 검사를 제때 받지 못하는 일본 의료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일본스모협회에 따르면 당뇨병이 있던 그의 몸에 이상이 발견된 건 지난달 4일. 갑자기 38도 이상의 발열이 시작됐다. 코로나 감염을 의심한 그는 보건소에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발열이 나흘간 이어지자 7일 병원을 찾아갔다. 그러나 별다른 치료를 받지 못했다.

다음 날인 8일에는 가래에 피가 섞여 나왔다. 급히 구급차를 불렀지만 그를 받아주는 병원이 없었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이날 저녁에야 겨우 입원했다. 9일 이 병원은 코로나 음성 판정을 내렸다.

몸 상태가 더 악화한 그는 10일 대학병원으로 옮겨 다시 PCR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양성 판정. 증상 발현 6일 만이었다. 결국 19일 중환자실로 옮겨져 2주 이상 투병하다가 지난 13일 코로나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숨졌다. NHK는 "도쿄 도내 보건소와 의료 기관의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던) 급박한 시기와 겹쳐 스에타케 선수에 대한 신속한 검사와 치료를 할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TBS방송을 비롯한 일본 언론은 그가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사망한 것을 조명하며 일본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일본에선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수도권 사이타마(埼玉)현에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남성 두 명이 병상이 없어서 자택에 머물다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보건소는 경증으로 판단해 입원시키지 않았다. 도쿄도에서도 유사한 사망자가 나왔다.

아베 내각은 이런 사건이 발생하자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믿는 일본 국민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일본에서는 최근 감염자가 하루에 100명 이하로 줄어들었지만, 검사가 여전히 충분하지 못하다며 불안감을 느끼는 일본인들이 많다.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PCR 검사를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자 아베 총리는 PCR 검사 건수를 하루에 2만건 이상 늘리겠다고 수차례 공언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하루도 검사 건수가 1만건을 넘은 적이 없다.

지난 4일 아베 내각의 코로나 사태 자문기관은 PCR 검사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두드러지게 적다고 지적했다. 이 기관이 밝힌 바에 따르면 독일·이탈리아는 10만명당 약 3000건, 싱가포르는 1708건, 한국은 1198건이다. 이에 비해 일본의 10만명당 PCR 검사 수는 188건에 불과하다. 아베 내각은 37.5도 이상의 발열이 4일 이상 돼야 보건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엄격한 매뉴얼을 유지해오다 최근에야 수정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일본의 준비 부족도 부각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코로나 중증 환자를 치료하는 일본의 집중치료실(ICU) 병상 수는 5709개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많이 부족한 상태다. 인구 10만명당 ICU 병상 수는 미국 35개, 독일은 30개가량이지만 일본은 약 5개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