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죽더라도 통일이 안 되면 의미가 없다."

탈북 화가 선무(線無·48)가 붓 대신 칼을 들었다. 그림을 통해 북한 체제의 위선을 폭로해 온 그가 이번엔 유화 대신 색종이를 자르고 겹쳐 붙이는 파피에 콜레(papier collé)작업 200여 점을 서울 연남동 씨알콜렉티브 개인전에서 5월 30일까지 처음 선보인다. "칼로 째는 재미도 있고 획의 날카로움이 붓보다 강렬한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남 선전물을 그리다 두만강을 건너 1998년 탈북했다. 당(黨)에 복무하던 그의 손이 조롱의 자유를 얻으며 전 세계에서 각광받았다. 일련의 작품들은 선전·선동 포스터를 연상케 한다. 나이키 모자를 쓴 공산당원과 같은 부조리는 여전하지만, 철조망이 끊기고 꽃이 이어지는 풍경 제시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것이 내 이름의 의미"라고 했다. 선무는 경계선 없는 세상을 염원하며 지은 필명이다.

최근 남북 관계는 경색 국면이지만 그는 "미워도 자꾸 어울려 놀아야 한다"고 했다. 남한 소주 참이슬과 북한 대동강 맥주를 섞은 '폭탄주' 작품도 그 의도다. 캔버스에 마스크를 붙여놓은 작품 '당부'〈사진〉 역시 최근 시국에서 북한을 새로 환기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안 퍼진 데가 없는데 북한이라고 무사하겠나. 그곳의 가족들이 부디 살아남아 다시 만날 수 있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