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군(軍)의 군사 대비태세와 원칙·기강의 총체적 붕괴를 걱정해야 할 일들이 하루건너 벌어지고 있다. 합참은 13일 북의 우리 GP 총격 열흘 만에 종합 발표를 하며 이 총격이 '우발적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실제 '우발'일 수도 있다. 문제는 우리의 대응이다. 군은 피격 직후엔 "우리 대응이 적절했다"고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첫 발표와 달리 당시 우리 군의 K-6 중(重)기관총 원격사격체계는 먹통이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32분이 지나서야 수동 사격으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실제 전투 상황이었으면 어떻게 됐겠나. 군은 거짓말하다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뒤에야 사과했다.

군은 지난주 인사에서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육군 소장)을 중장으로 진급시켜 수도방위사령관에 임명했다. 대령 시절 이후 야전 지휘 경험이 없는 인물에게 바로 군단 지휘를 맡긴 것이다. 역대 34명의 수방사령관 중 사단장을 거치지 않은 사람은 김 사령관이 유일하다. 김 사령관은 9·19 군사 합의 때 막후 역할을 맡는 등 현 정부 대북정책에 앞장서 온 사람이다. 군사 합의로 우리 안보에는 구멍이 뚫렸는데 합의 주역은 파격 승진했다. 적과 잘 싸우는 것보다 정권 코드 맞추는 게 훨씬 중요한 게 지금 우리 군이다.

기강 해이 사건·사고는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다. 대위와 하사가 일과 뒤 영내대기 지침을 어기고 유흥클럽에 갔다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장병 9명을 2차 감염시켰다. 이와 별개로 영관급을 포함한 장병 수십명이 무단 외출해 서울 이태원 유흥주점을 방문했다. 군 내에 바이러스가 얼마나 더 퍼져 있을지 모른다. 전투기 조종사는 군 전력의 핵심이다. 그런데 전투기 조종사 16명이 언제든 즉각 출격해야 하는 비상 대기 근무 중에 수차례 술판을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는 북 미사일 도발과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으로 위기감이 최고치에 달한 시점이었다.

일선부대는 취객과 치매노인에게 뚫리고, 암구호는 카톡방에 흘러다닌다. 현역 사병이 성(性) 착취물 주범으로 구속됐고, 병사가 야전삽으로 여성 대위를 폭행하고 남성 부사관들이 남성 장교를 집단으로 성추행하는 일도 있었다. 공군에선 '부대'를 대학 기숙사 정도로 여기는 기강 문란이 만연해 있다고 한다.

이 모든 사태의 근원에는 '설마 전쟁이 나겠느냐'는 '설마' 병(病)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병이 온 군부대에 퍼져 암으로 자라고 있다. 군복만 입었지 군인이 아닌 사람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 지금 군의 모습은 정말 예사롭지 않다. 군이 국민의 든든한 보루가 아니라 국민이 군을 걱정하고 불안해한다. 믿지 않는다. 정부의 남북 정책과 별개로 국방부 차원에서 군 내부의 진짜 실태를 파악은 해야 한다. 나라는 미군이 지켜준다고 쳐도 군이 사고 집단, 문제 집단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