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020년도 국방예산은 9340억 달러(약 1144조 원). 2020년 10월~2021년 9월까지의 미 국방부 예산 7050억 달러에, 각 부처에 포함된 국방 관련 예산을 합친 것이다. 당연히 미국인들은 중국의 부상(浮上)에도, 미 국방력은 중국에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율형 킬러로봇 개발과 배치를 통해 중국의 도전을 차단할 것을 촉구한 책 '킬 체인'

그러나 미 워싱턴포스트의 외교·안보 칼럼니스트인 데이브 이그네시어스는 13일 “지난 10년간 중국을 겨냥한 워게임(war game)에서 미국은 거의 완벽하게 매번 졌다”고 밝혔다. 그는 미 연방 상원 군사위원회의 국장급 인사였던 크리스천 브로즈가 최근에 낸 책 ‘킬 체인(Kill Chain): 미래의 하이테크 전쟁에서 미국 지키기’에 포함된 이런 내용을 소개하며, “경종(警鐘)을 울리는 정도가 아니라, 한밤중의 화재 경보”라며 자신이 받은 충격을 표현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중국은 미국처럼 군사력의 전세계 투사(投射)가 아니라, 미국의 지배를 막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미군의 막강한 전함이나 공군력에 대응하기 보다는, 미국이 특히 중국 인근에서 이런 군사력을 동원할 수 없도록 정밀 무기를 개발하는데 주력했다.

항모 킬러로 알려진 중국의 이동형 발사 탄도미사일인 둥펑-21

‘항모(航母) 킬러’로 알려진, 중국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대함(對艦) 탄도미사일 ‘둥펑(東風) 21’이 그 예다. 그래서 워게임에서 미국의 첩보통신위성은 즉각 불능화되고, 괌과 일본의 미 전진 기지들은 중국의 정밀 유도미사일에 뒤덮인다. 미 항모는 멀리 태평양으로 벗어나야 하고, 미국이 자랑하는 F-35 스텔스 전투기는 공중급유기들이 중국에 격추돼 중국 내 타킷을 공격하지 못한다.

브로즈는 “미국은 중국의 위협을 즉각적으로 차단할 킬 체인의 필수 요소를 놓쳤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돈과 기술력이 부족하거나, 정보 습득에 실패하거나, 국방부나 의회가 나태해서도 아니었다. 국방부는 지금까지 이룬 것들을 지키려는 관료주의에 묶였고, 의회도 지금까지의 위업(偉業)을 보강하는 데만 열중한 나머지 “미래에 매복당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공격에 취약해진 군사적 플랫폼을 여전히 군사력의 중심에 두려 한다. 그래서 2019년 당시 국방장관 짐 매티스와 해군장관 리처드 스펜서가 추진한 항모 트루먼의 퇴역 계획은 의회가 무산시켰다. 미 육군이 신형 무인(無人) 전투차량과 신속한 전장(戰場) 통신 네트워크를 갖춘 여단들을 배치하려고 추진했던 2003~2009년의 ‘미래전투체계(Future Combat Systems)’도 180억 달러의 세금만 쓰고 철회됐다. F-35 전투기의 값비싼 부품은 의원들의 로비 탓에 미 50개 주 전역에서 생산된다.

2019년 3월 처음 비행한 미국의 스텔스 무인 공격기인 XQ-58A '발키리(Valkyrie)'. 운항거리 3941km. 길이 8.8m.

브로즈는 “미국은 이제라도 취약성을 평가해, 시대에 뒤진 투사 전략을 버리고 저렴한 킬러 로봇이나 자율무기 등을 중국과의 최전선에 배치해 중국의 군사적 지배를 거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브로즈는 이 같은 무기로 F-35전투기 가격의 45분의1밖에 안 되는 XQ-58A 스텔스 무인공격기, 모선(母船)과 분리돼 자율적으로 6500 해리(海里)를 운항할 수 있는 무인 잠수함인 오카(Orca) 등을 꼽았다. 오카는 버지니아급 공격잠수함 가격(32억 달러)의 300분의1밖에 안 한다고 한다.

무인 잠수함 '오카(Orca)'

이와 관련, 칼럼니스트 이그네시어스도 “중국은 코로나 이후 세계에서 글로벌파워로서 미국에 도전할 결의를 분명히 드러냈고,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생을 둘러싼 선전전(宣傳戰)은 앞으로 미국에 닥칠 테스트의 예고편”이라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 사태로 전세계가 봉쇄를 강요당하면서, 미국은 국방을 보다 창조적으로 생각할 시간적 여유를 얻었다”며 “팬데믹 이후에도 여전히 시대에 뒤진 무기로 이기겠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