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가능 매장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다른 대형마트에서는 재난지원금 사용이 불가능하다.

‘부산 스타벅스 안 되고 서울 스타벅스 되고’

‘택시 요금, 티머니로 갖다대면 안 되고 단말기에 긁으면 되고’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첫날인 13일, 재난지원금 사용자들은 카드를 긁을 때마다 마음을 졸여야 했다. 카드 긁어서 내 돈이 드는지, 재난지원금이 빠져 나가는지 헷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카드업계가 재난지원금 사용처를 적극적으로 안내했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헷갈린다”는 말이 나온다.

이날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에서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한가요” 같은 문의글이 끊이지 않았다. 이용 가능한 매장을 가르는 기준이 워낙 까다롭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방자치단체별로 지급한 재난지원금과도 사용처가 달라 혼란을 빚고 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34)씨는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가서 ‘재난지원금으로 결제되냐’고 물었더니 아르바이트생이 ‘나도 모른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직영점·가맹점인지에 따라 재난지원금 사용 여부가 갈리는 경우가 있는데, 직원들도 자기 가게가 직영점인지 가맹점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직영점은 본사가 있는 광역 지자체에서만 쓸 수 있다. 직영체제인 스타벅스는 본사 소재지인 서울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서울 스타벅스’는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한데, ‘부산 스타벅스’는 안 되는 셈이다. 코레일 표 결제 역시 본사 소재지인 대전에 사는 시민은 가능하다. 그러나 다른 지역 시민은 불가능하다.

일관성 없는 기준도 논란이 됐다. 사용 첫날인 이날 같은 기업형 수퍼마켓(SSM)인데도 이마트에브리데이, 롯데수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서는 재난지원금 결제가 안 되는데 GS더프레시(GS수퍼마켓)에서는 사용이 가능했다. 업계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정부는 뒤늦게 GS더프레시도 못 쓰게 할 건지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결제방법에 따라 사용 가능 여부가 갈리는 일도 있다. 예컨대 티머니 등을 활용해 후불교통카드로 택시비를 내면 재난지원금 활용이 안 된다. ’무승인 매출’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지하철·버스 요금 등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카드 단말기에 카드를 읽혀 결제할 경우,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 한 마디로 갖다대면 안 되고 직접 긁으면 된다는 뜻이다. 카드업계에서도 “우리도 헷갈린다”는 말이 나온다.

한 네티즌은 “대형마트 내 입점 매장에서는 재난지원금이 사용 가능하다고 해서 결제했는데 안 되더라”라면서 “알고 보니 대형마트 포인트를 적립한 탓에 (재난지원금 사용이 불가능한) 대형마트에서 결제한 금액으로 잡혔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형마트 안 미용실, 안경점, 약국, 세차장 등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임대매장에서는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게 원칙이다. 그러나 카드사에 개별 가맹점으로 등록돼야 한다는 게 전제다. 대형마트와 같은 포스(POS) 시스템을 쓰면, 대형마트 매출로 잡히기 때문에 재난지원금 결제가 불가능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고객들로부터 ‘왜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업종에서 긁었는데 내 돈이 빠져나가냐’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고 했다.

한 영세 매장에서 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다고 알리는 광고 문자를 보냈다.

반면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재난지원금 특수’를 노리고 있다. 일부 가게에서는 가게 문밖에 ‘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등 안내판을 부착해 손님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재난지원금 결제 가능’ ‘재난지원금 사용처’ 등이 적힌 표시판·현수막이 판매되고 있다.

인터넷 블로그·카페 등에서도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임을 홍보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한 안경점은 “(재난지원금을) 백화점·온라인에서 못 써서 고민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 우리 매장에서는 사용 가능하다”며 ‘#재난지원금 사용처’라는 해시태그를 단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