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철 도시계획·도로기술사

정부가 서울 용산 철도정비창 터(51만㎥)에 주택 8000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를 건설하기로 했다. 원래 2007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11층짜리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는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려던 곳이다. 당시 총사업비만 31조원으로 '단군 이래 최대 개발 사업'이라 했으나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2013년 무산됐다. 과거 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에선 5000가구 규모였던 주택 건설 계획이 최근 정부 발표안에서는 8000가구로 늘었다. 특히 이 중 2000~3000가구는 임대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주거 비율이 크게 늘어나면서 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에 포함되었던 오피스·쇼핑몰·호텔·마이스(MICE) 등 서울의 도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시설은 대폭 줄었다.

정부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이곳은 도심에서 5km 정도 떨어진 요지 중 요지다. 남산이 뒤에 있고 앞에는 한강이 흐르는 배산임수 지형이다. 한강의 수변(水邊) 공간을 살릴 수 있는 곳이다. 정부가 한강의 개방감을 확보하고 주변 경관을 고려했다면 이곳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 시내 개발 가능한 곳은 토지의 특성과 장단점, 가치 등을 불문하고 주택 공급에 동원되는 것 같다.

도심 아파트 단지에서 소형 평수를 늘려 일반 분양과 공공 임대 아파트를 함께 공급하는 '소셜 믹스' 정책은 실패할 소지가 많다. 도심형 근로자 등 다양한 직종이 입주하면 계층별 격차에 따른 소통 부족으로 유지·관리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대표적 노른자위 땅인 용산 정비창 터는 아파트 단지 대신 토지의 가치에 걸맞은 세계적 랜드마크로 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