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신대대책문제협의회(정대협·현 정의기억연대)가 2018년 위안부 피해자 안점순 할머니에게 그해 자신들의 총지출액보다 많은 돈을 지급했다고 국세청에 공시했다. 안 할머니에게 지급한 돈은 4억7000여만원이지만, 이를 포함한 총 지출액은 4억6900만원이었다는 것이다. 부실 회계라는 의미다.

국세청 홈택스 공시 내역에 따르면 정대협은 2018년 ‘기부금품의 모집 및 지출 명세서’에서 지급처를 ‘안점순 할머니’로 기재하고, 현금으로 4억7593만9767원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안 할머니는 1993년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 후 국내외에서 증언 활동을 해오다 2018년 3월 작고했다. 하지만 정대협은 2018년 1~12월의 총 지출액을 4억6908만8097원으로 명세서에 표기했다. 안 할머니에게 지급된 돈이 총 지출액에 포함돼야 하지만, 서류상으로는 총 지출액이 안 할머니에게 지급된 액수보다 더 적게 나타난 것이다.

정대협은 2018년 한 해 4억6000여만원을 지출했다고 공시했다.
정대협은 2018년 한 해 동안 지출한 돈보다 더 많은 4억7000여만원을 그해 3월 작고한 안점순 할머니에게 지급했다고 공시했다.

이 명세서에 기재된 지출 목적은 ▲국제 협력 ▲생존자 복지 ▲수요 시위 ▲문화홍보 등 10가지였다. 수혜자는 9999명으로 표기됐다. 이런 회계 처리 방식은 정대협이 한 해에 사용한 모든 지출을 회계 편의를 위해 안 할머니에게 지급한 비용으로 기재했기 때문일 수 있다. 정대협의 후신 정의연은 2018년 회계 공시에서 맥줏집 ‘옥토버훼스트’를 운영하는 기업 한 곳에 3339만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가 논란이 됐다. 정의연 측은 “다양한 곳에서 후원행사를 개최하는 데 들어간 비용의 총액을 대표 지급처인 해당 기업 명의로 공시한 것”이라고 했다. 한경희 정의연 사무처장은 12일 라디오 방송에서 “규정 자체가 여러 곳을 적는 게 아니라 대표 지급처 한 곳만 적게 돼 있다”고 했다.

정대협도 다양한 지출 항목을 세세하게 구분하지 않고 편의상 ‘안점순 할머니’라고만 기재했을 가능성이 있다. 정대협의 기부금품 명세서에 안점순 할머니 외에 다른 곳에 대한 지출 내역은 없다.

정의연은 정대협의 활동 업적을 계승하겠다며 2016년 9월 출범했다. 하지만 정대협은 정의연과 통합하거나 해산하지 않고, 별도의 법인으로 존재하며 매년 기부금 지출 내역 등을 국세청을 통해 공시하고 있다. 현재 정대협은 외교부, 정의연은 인권위가 감독하고 있다. 하지만 두 부처 모두 정대협·정의연에 대해 회계 감독은 따로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