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광대는 한없이 아래에 있는 사람이었다. 사물놀이 명인 김덕수(68·사진)는 광대의 자식. 부친은 남사당의 벅구놀이로 유명했던 김문학씨였다. 광대들과 함께 자란 그도 다섯 살에 충남 조치원의 난장에서 첫 공연을 했다. 어른 어깨를 타고 맨 꼭대기에서 노는 '새미' 역할이었다.

오는 28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리는 음악극 '김덕수전(傳)'은 일평생 광대로 산 김덕수 명인의 신명 나는 삶을 사물놀이와 현대무용, 남사당 연행 등 악·가·무로 엮은 것이다. 현대차정몽구재단과 한국예술종합학교가 2015년부터 해온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의 하나로, 지난해 명창 안숙선의 이야기 창극 '두 사랑'에 이은 두 번째 명인 시리즈다.

무대인생 63주년을 맞은 김덕수 명인은 11일 간담회에서 "전쟁통에 태어나 마당에서, 난장에서 횃불이 꺼질 때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공연을 하며 온종일 보고 듣고 따라 했던 내 어린 삶과, 한국민속가무예술단과 함께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며 농악 퍼포먼스가 갖고 있는 힘을 조금이라도 알리려고 땀 흘린 기억, 1978년 소극장 '공간 사랑'에서 사물놀이가 탄생하는 장면 등을 담는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만이 갖고 있어 우리 한류의 피 같은 울림이 된 신명을 제대로 보여주겠다"고도 했다.

1년여간 그의 구술을 받아 극본을 쓴 이동연 한예종 교수는 "'김덕수전'은 김덕수의 이야기이자 우리 시대의 이야기"라며 "소년 배우(강리우)가 어린 덕수로 분해 김 명인이 무동 탄 장면을 재현하고, 관객들이 직접 참여해 사물놀이 하는 시간도 갖는다"고 했다. 상쇠 김용배와의 가슴 아픈 사연과 회한도 독백으로 펼쳐진다. "그래서 이번 무대는 결국은 고해성사 같은 거예요."

연출을 맡은 박근형은 "장인(匠人) 김덕수는 대체로 유쾌하고 신나는 모습만 보여주지만 알고 보면 힘든 일도 겪고 노력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한 우리 같은 사람"이라며 "큰 산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비바람을 맞고 이겨냈는지 관객들이 느낄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티켓은 사전 예매하면 무료. 18일 낮 2시부터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www.sejongpac.or.kr)에서 선착순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