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는 “정의기억연대의 운동은 신성불가침의 권위로 군림해왔다”고 했다.

지난해 일본군위안부 문제 등과 관련해 역사 논쟁을 촉발했던 '반일 종족주의' 필자들이 11일 후속작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주도해온 정의기억연대 측에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후속작 '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이하 투쟁)은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를 비롯한 기존 필진에 차명수 영남대 교수와 박상후 전 MBC 국제부장이 추가로 합류했다.

이 전 교수는 "정의기억연대는 우리가 '반일 종족주의'와 '투쟁'을 통해 제기한 비판에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다"면서 "국민적 책임감이 큰 단체인 만큼 우리의 비판에 대답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구 정대협이 주도한 지난 30년간의 위안부 운동만큼 한국인의 역사·정치의식이나 국제 감각을 크게 규정한 사건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대협의 운동은 신성불가침의 권위로서 군림해왔다"고도 했다. 수요집회에 참가해온 이용수 할머니가 최근 "올바른 역사 교육을 받은 한국과 일본 젊은이들이 대화해야 문제가 해결된다"며 불참 의사를 밝힌 데 대해서는 "발언의 배경은 알지 못하지만 미래지향적 취지의 발언에 공감한다"고 했다.

'투쟁'은 반일 종족주의 출간 후 제기됐던 비판에 반론을 편 책이다. 일본군위안부를 비롯해 전시 동원, 독도 영유권, 토지·임야 조사, 식민지 근대화라는 주제를 다룬다. 위안부 부분을 집필한 이 전 교수는 "총독부 권력의 방조·묵인·협력하에 일본군이 조선 처녀들을 납치·연행해갔다는 것이 국민적 통념"이라며 "반일종족주의에서 이를 비판했더니 유괴나 약취, 감언이설로 속여서 끌고 간 것 역시 넓은 의미의 강제 동원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했다. 그는 이에 대해 "오늘날의 통념으로는 유괴와 약취지만 합법적 성매매 산업인 공창제가 존속했던 당시 합법의 형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 이면에는 국가 권력과 가부장과 남성, 주선 업자들, 포주들의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의 긴 역사가 전제돼 있었다"면서 "위안부 문제를 여성주의의 관점에서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8명의 필자는 '정부와 국민께 드리는 고언'도 발표했다. 일본과의 역사 문제를 구명할 연구 포럼을 조직하자며, 정의기억연대를 포함한 강제동원연구회, 동북아역사재단 등 단체에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각각 위안부와 노무 동원, 독도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곳이다. 이들은 "견해 차이에도 공통의 지반을 만들어가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