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오랜만에 막사나 한잔할까?"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서 박통(이성민)이 '시바스 리갈'을 내려놓고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에게 말한다.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의 회고록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미국에서 만난 박용각 말에 충성심이 흔들리기 시작한 김규평이 "각하, 혹시 이아고(사설 정보기관)라고 아십니까?"라고 묻자, 박통은 막사를 제안한 것이다.

박통은 양은 주전자에 인월막걸리와 칠성사이다를 3분의 1씩 넣으며 "이게 막걸리와 사이다의 비율이 중요해"라고 말한다. 김규평에게 한 잔 주고 자신의 잔에 따른 후 원샷. 그는 "예전 같지 않구먼. 내가 54사단장으로 부임할 때 막사가 정말 맛있었지"라며 아쉬워한다. 불편한 분위기를 완화하는 데는 위스키보단 막사다.

영화에서 박통(이성민)이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에게 줄 막사를 제조하는 장면.

스코틀랜드 위스키 '시바스 리갈'만큼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은 '막사'도 박정희 전 대통령을 대표하는 술이다. 박 전 대통령이 마시기 시작하면서 전국으로 유행했다. 그는 "선생 노릇 하던 시절 새참 먹던 동네 사람들한테 배웠다"고 했다. 그가 교사로 근무한 곳은 경북 문경. 그 일대 농민들이 만들어 마셨을 것으로 추정한다. 막걸리의 달콤하면서도 톡 쏘는 맛에 사이다를 탔으니, 최근 유행하는 막걸리 샴페인 '복순도가'와 비슷하다.

쉽게 술술 들어가면서도 금방 취하니 상대방 마음을 흔들어놓기 좋다. 영화에서 박통과 박용각이 3선 개헌 문제를 논의할 때 마시는 것도 막사다. 박통은 여기서 "임자 옆에는 내가 있잖아. 임자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유명한 대사를 날리며 막사를 들이켠다. 박통과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이 김규평 뒷얘기를 할 때도 막사를 마신다. 박통은 막사를 한잔 들이켠 후 애창곡 '황성옛터'를 부른다.

막사는 단맛이 강해 직장인 술자리에서 즐겨 마시는 술은 아니다. 그러나 유난히 많이 마시게 되는 곳이 있다. 더운 여름날 골프장이다. 평소 막걸리와 사이다를 싫어하는 사람도 여름날 골프장에서는 막사를 마신다. 이 역시 박 전 대통령이 유행시킨 것. 뒤늦게 골프에 재미를 붙인 그는 라운딩 도중 막사를 마셔 클럽하우스 직원이 라운딩 내내 막걸리 통을 들고 따라다녔다고 한다.

막사 비율은 어느 정도가 좋을까? 단맛의 선호에 따라 비율을 조절하겠지만, '이통일반'이 가장 유명하다. 막걸리 두 통에 사이다 한 병(340㎖)이 제일 맛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