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0일 임기를 시작하는 21대 국회 원(院) 구성 문제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 국회 의장단, 상임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눈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4·15 총선에서 180석을 얻은 민주당은 중진 당선자가 너무 많아서, 103석으로 오그라든 통합당은 상임위원장 몫이 줄어들게 돼 치열한 내부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최근 동료 남성 의원들에게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국회 부의장을 선출하는 데 동의해달라'며 서명을 요청했다고 한다. 앞서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민주당 여성 의원 중 최다선(4선)인 김상희 의원을 부의장에 추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대해 남성 의원들도 '공개 지지'를 해달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 남성 의원은 "서명까지 하기는 어렵다"며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남성 중진 의원은 "사실상 '공개 투표'를 하라는 요구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남성 의원은 "여성 부의장을 추대하지 않으면 '반(反)여성주의'로 낙인찍겠다는 얘기로 들려 좀 불편했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여당 안에선 "민주당 몫 부의장 자리를 두고 '남녀 대결'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전체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의원들 간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상임위원장은 통상 3선 이상이 맡는데, 민주당의 21대 3선 당선자만 25명에 이른다. 원 구성 협상에서 민주당 몫 상임위원장 자리는 10~11개로 예상되기 때문에 절반 이상이 위원장을 못 맡게 된다.

통합당은 3선 당선자가 15명으로 민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21대 총선에서 의석수가 줄면서 상임위원장 자리도 6~7자리밖에 못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통합당에선 사실상 '상원(上院) 상임위'로 꼽히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중진들 간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자리를 두고는 민주당 박병석(6선)·김진표(5선) 의원의 양자 대결이 예상된다. 박 의원은 최근 초선 당선자들에게 '손 편지'를 보내는 등 표심 잡기에 나섰다. 김 의원도 동료 의원들에게 '카톡 편지'로 자신의 강점을 홍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