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고유 권한인 '법안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법사위는 다른 상임위에서 통과된 모든 법안에 대해 기존 법 체계와 상충하는 모순점이 없는지 점검할 수 있는 체계·자구 심사권을 갖고 있는데, 이걸 없애 법안의 국회 통과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체계·자구 심사는 원래 다른 법과 충돌하거나 위헌 소지 등을 걸러내자는 취지였는데 어느 순간 이게 '게이트 키퍼'로 악용되거나 한두 의원이 마음에 안 드는 법이 있어 지체시키는 것이 거의 횡포에 가까울 때가 있다"며 "이런 악습은 끊어낼 때가 됐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선거 출마 때부터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를 포함한 '일하는 국회법' 통과를 주장해 왔다. 하지만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신임 원내대표 선출 직후 "위험한 생각"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법사위의 한 통합당 의원도 "국민 삶에 직결되는 법안들이 헌법에 부합하는지 따져보는 것이 체계·자구 심사"라며 "김 원내대표가 이를 너무 하찮게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이와 관련, 김 원내대표는 '야당이 끝까지 반대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물음에 "그건 협상 과정에서 또 생각하고 있는 바가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민주당 법사위 관계자는 "아예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갖고 오겠다는 것으로 들렸다"고 했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180석을 확보한 뒤부터, 당내에서는 현재 통합당 의원이 맡고 있는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 등 주요 상임위 위원장 자리를 여당 몫으로 챙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국회 상임위 위원장 자리 열여덟 개는 교섭단체 의석수에 따라 배분해 왔고 법사위원장직은 관례상 제1야당 몫이었다. 통합당의 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이 하고 싶은 건 다 하겠다는 입법 독재에 가까운 발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