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는 노래와 춤을 타고 번진다.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의 2월 말 퍼레이드 축제에 140만 인파가 몰렸다. 미국 언론은 “바이러스 전파에 퍼펙트 스톰의 조건이었다”고 했다. 독일 하인스베르크의 강겔트라는 소도시에선 2월 15일 350명이 참여한 동네 카니발이 열렸다. 그때 무대에 오른 댄스팀 멤버가 감염자였다. 그 뒤 하인스베르크는 ‘독일의 우한’이라 불릴 정도로 감염자가 쏟아져 나왔다. 우루과이에선 3월 스페인을 다녀온 패션 디자이너가 결혼식 피로연에서 44명을 감염시켰다.

▶대구 신천지와 비슷한 사례는 프랑스 뮐루즈에서 있었다. 2월 17일부터 닷새 동안 2000명이 참석한 금식 기도회가 열렸는데 하필 담임 목사가 감염자였다. 예배 참석 간호사 한 명이 대학병원에서 250명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렸다. 코르시카섬에서 왔던 신도는 260명을 감염시켰다. 신천지는 신도들의 출입 내용이 남아 있었지만, 이태원 클럽들은 명부에 적힌 내용이 허위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태원 클럽 첫 확진자가 스스로 진단검사를 받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그가 숨기라도 했더라면 방역 당국은 영문도 모르는 새 엄청난 감염자로 확산됐을 수 있다.

▶코로나가 두렵기는 하지만 억제할 확실한 방법은 있다. 마스크 쓰고, 접촉을 줄이고, 감염자를 추적해 격리하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에선 1월 20일 동시에 첫 확진자가 나왔다. 그로부터 112일이 지난 현재 미국은 확진자가 133만, 한국은 1만909명 나왔다. 미국이 인구는 6배인데 확진자는 122배다. 마스크를 쓰느냐, 거리 두기를 하느냐의 차이가 이렇게 크다.

▶방역을 다소 늦추려는 때에 이태원 클럽 감염 폭발이 발생했다. '확산 억제→방역 완화→감염 폭발→억제→재폭발'의 사이클이 계속되는 건 아닌지 불안해진다. 우리나라가 방역에 성공했다고 끝나는 일도 아니다. 다른 나라의 바이러스 불씨가 비행기를 타고 넘어 들어오면 두 번째, 세 번째 파도가 계속 닥칠 수 있다.

▶하버드대 마크 립시치 교수가 발표한 세 가지 시나리오를 보면 ①2022년까지 이번 같은 확산이 다섯 번 되풀이되거나 ②올해 말~내년 초 진짜 대확산을 거친 후 작은 파도 몇 개가 더 몰려오거나 ③이번 대확산 후 2022년까지 작은 피크 다섯 번을 더 겪어야 하는 것으로 돼 있다. 한두 달 참고 견뎌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이태원 클럽 사태도 국민과 방역 당국이 합심해 잘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코로나가 생각보다 훨씬 장기전이 될 수 있다는 각오도 단단히 해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