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 클럽발(發) 집단 감염 사례가 급증하면서 성(性)소수자에 대한 혐오 논란이 커지고 있다. 첫 확진 판정을 받은 용인 거주 29세 남성이 방문한 다수의 이태원 클럽이 성소수자들이 주로 찾는 곳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시선 때문에 이들이 감염 사실을 숨겨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10일 정세균〈사진〉 국무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특정 커뮤니티에 대한 비난은 방역의 관점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접촉자가 비난을 두려워해 진단검사를 기피하게 되면 그 피해는 우리 사회 전체가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성소수자 비난 여론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이날 이태원 클럽 집단 감염 관련 기사에는 '개념 없는 게이(남성 동성애자)들' '게이 클럽이 온 나라를 망친다' '더러운 것들' 등의 댓글이 잇따랐다. 일부 지자체의 대응도 논란이다. 인천시는 인천 퀴어(queer·성소수자를 지칭하는 단어)문화축제의 주최 측 명단을 요청했다. 인천시는 방역 차원에서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사람들이 있는지 연락책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과도한 개인 정보 침해와 성소수자 혐오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9일 "성소수자가 주로 찾는 장소에서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을 구체적이고 선정적으로 다루면서 성소수자 사회에서는 처벌받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며 "한국은 동성애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지만 여전히 차별이 넓게 퍼져 있다"고 전했다. 이 외신은 한국의 감염자 추적 모델은 높이 평가받지만,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크다고 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태원 클럽 감염자 중 성소수자들은 검사를 받는 과정이나 자가 격리 과정에서 성적 정체성이 드러날 수 있다는 두려움과 공포감이 있다"며 "검사를 원하는 사람에게 이태원 클럽과 관련성을 확인하지 않고 빨리 검사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