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라면 하나를 끓여 먹되, 면만 건져서 고시원 무료 제공 김치와 함께 먹고 국물은 냄비째 고시원 공용 냉장고에 보관한다. 점심으로는 보관해둔 라면 국물에 고시원이 무료 제공하는 우동 사리를 넣고 다시 끓여서 역시 면만 건져서 먹는다. 저녁에는 마지막 남은 라면 국물에 고시원 무료 제공 밥을 말아서 다 먹는다.'

이런 내용의 유튜브 영상〈사진〉이 무려 426만번 조회됐다. 유튜브 채널 '김생못'의 동영상 시리즈 '고시원 생존기'. 월세 26만원짜리 고시원에 사는 12학번 대학생의 일상을 담은 영상(브이로그)으로, 지출 절감 노력이 주요 주제다. 작년 4월 1화가 올라왔고, 최근에는 '고시원 무료 제공 김치와 밥으로 재료비 0원 김치 볶음밥 만들어 먹기' '양파와 청양고추, 달걀만으로 재료비 500원 가성비 도시락 만들기' 등의 콘텐츠가 올라와 인기를 끌었다. 이 채널 구독자는 16만4000명, 그중 60%가 18~34세 청년층이다.

취업난과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등에 시달리는 20~30대 연령층에서 '고시원 브이로그'가 인기를 끈다. 고시원에서 살면서 '총무'로 일하는 유튜버 'n포세대 백지수표'가 지난달 올린 '고시원 첫 출근 일상' 영상은 업로드된 지 하루 만에 3만7000회 조회됐다. 또 다른 유튜버가 '모텔 주차장을 지나 2평짜리 고시원에 사는 가요이(유튜버 닉네임)의 보금자리 소개'라는 제목으로 올린 영상은 2개월 새 43만번 조회됐다.

청년층에게 고시원은 원룸이나 기숙사보다도 주거비가 싸고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으로 꼽히는 공간이다. 이런 고시원 생활 영상 인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청년 세대의 고통스러운 현실에 진통제 역할을 한다"고 해석한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청년들이 고시원 브이로그를 보면서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나보다 어렵게 사는 이들도 있구나'라는 안도감, 상대적 우월감을 얻는 걸로 보인다"며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로 취업난이 심해지고 외출까지 못하게 되면서 고시원 브이로그가 더욱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했다.

관악구 원룸에 사는 대학생 김모(여·23)씨는 "50만원으로 한 달을 살아가는 입장에서 유튜버의 '끼니 고민'에 공감한다"며 "고시원보다는 좋은 내 방을 둘러보며 다행이란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