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대사에서 대중음악이 강력한 영향력을 갖게 된 시점이 대공황기라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리 현대사 또한 대중음악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점이 고단한 식민지 시대 후반이었다. 3분짜리 짧은 노래가 생존에 지친 대중에게 주는 위안의 힘은 컸다. 하지만 그 힘이 커질수록 대중음악은 정치권력과 자본, 지배 계급 이데올로기의 통제를 강하게 받아야 함을 의미했다.

1950년대와 1960년대를 지나면서, 달리 말해 로큰롤과 솔이 등장하면서 서구의 대중음악은 정치적으로 재편성된다. 무엇보다도 대자본으로부터 독립하는 꿈을 이룬다. 비틀스가 자신만의 음악 레이블인 애플 레코드를 설립한 것은(물론 오래가진 못했다) 하나의 기념비적인 반역이었다. 이로부터 8년 뒤 미국의 스티브 잡스는 이 이름을 본떠 애플 컴퓨터를 창립한다.

대중음악이 동시대의 사회적 이슈에 본격적으로 가담하고 또 물결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증명한 사건이 1984년 영국 런던에서 일어난다. 기아에 허덕이는 에티오피아 난민을 구하자는 두 로커의 작은 외침에 런던의 온 스타들이 참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펑크 밴드 붐타운 래츠의 밥 겔도프(그는 아일랜드인이다)와 울트라복스의 미지 유어가 곡을 만들고 U2와 컬처클럽의 보이 조지, 조지 마이클, 듀란듀란, 필 콜린스 등 무시무시한 인물들이 마이크 앞에 섰다. 이렇게 순식간에 만들어진 밴드 에이드의 노래 'Do They Know It's Christmas?'는 영국 역사상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세계적 사건이 되었고 이듬해의 라이브 에이드와 미국이 주축이 된 'We Are the World'라는 후속 사건으로 이어진다.

"크리스마스에 아프리카엔 눈이 오지 않겠죠/이번 크리스마스에 그들이 받게 될 최고의 선물은 생명이에요/아무것도 자라지 않고 비도 없고 강도 흐르지 않는 땅/그들은 지금이 크리스마스라는 것을 알기나 할까요?"

이들이 모은 1억5000만파운드라는 거금의 기부금은 그러나 에티오피아 독재 정부의 반대파 숙청에 사용되었다. 밥 겔도프는 ‘진실을 알면 정말 지겹다’고 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