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것들의 과학

마크 미오도닉 지음|변정현 옮김|Mid 316쪽|1만7000원

비행기에서 마시는 커피는 왜 맛이 없을까? 기내 기압이 낮아 물의 끓는점이 약 섭씨 92도가 되는데, 이는 커피의 끓는점과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그렇기 때문에 추출하고 마실 때까지 너무 오랜 시간 따뜻하게 유지된 커피는 풍미를 잃어 쓴맛과 떫은맛만 남기게 된다. 또 미각은 소음과 후각의 영향을 받는다. 비행기에서 주는 커피가 지상과 같을 수 없는 건 이 때문이다. 재료공학자이자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교수인 저자는 샌프란시스코 학회에 가는 비행기 안에서 좌석에 부착된 액정, 화장실에서 만난 액체 비누, 서비스로 받은 와인 한 잔 등을 계기로 액체와의 여행을 시작한다. 등유, 알코올, 잉크, 바다 등 열세 가지 액체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만인의 관심사가 된 비말(飛沫) 이야기도 나온다. 깜빡 잠이 든 저자는 저도 모르게 옆자리 여성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가 여자의 소매에 침을 묻힌 걸 보고 기겁한다. 이 에피소드가 과학적 사유로 이어진다. “침은 최초의 치과 위생 치료제이며, 다른 대부분의 동물에게는 유일한 치료제다. 또 침은 치아와 잇몸만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혀의 뒤쪽에서 자라는 박테리아군(群)에 의한 구취를 생기지 않게 하기도 한다. 침샘에서 흘러나오는 침은 입을 씻어내고 청소한다. 보통 사람은 이 특별한 액체를 하루에 0.75~1리터 정도 만들어 낸다.” 형식은 가볍고 유쾌한 에세이지만, 안에 담긴 지식은 깊다.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잡고픈 독자들께 권한다. 원제 Liqu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