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왕 윌리엄

폴 쥠토르 지음|김동섭 옮김|글항아리 608쪽|3만원

1035년 프랑스 노르망디 공국의 로베르 공작이 예루살렘 성지 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던 도중에 세상을 떠났다. 불과 일곱 살의 서자(庶子) 윌리엄이 후계자로 지명됐다. 조선시대 단종과 숙부 세조처럼 당시에도 군사 정변이 속출했다. 하지만 그 이후가 우리와는 정반대였다. 윌리엄의 친위 세력이 반란을 진압하고 공국의 질서를 되찾은 것이다. 급기야 1066년 영국 국왕이 서거하자 윌리엄은 왕위 계승권을 주장하며 영국 침공에 나섰다. 결국 헤이스팅스 전투에서 승리한 뒤 영국의 노르만 왕조를 창시한 그에게 ‘정복왕 윌리엄’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프랑스 중세 문학·역사를 전공한 폴 쥠토르(1915~1995) 전 몬트리올대 교수는 이 책에서 윌리엄 1세가 정복왕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을 공들여 서술한다. 상대편도 정치적 조언자로 끌어들이는 유연성, 다음 행보를 예측하기 힘든 속전속결의 전술, 적을 진압할 때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타격을 주는 용맹성 등을 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