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산하 위원회가 자녀는 아버지의 성(姓)을 우선으로 따라야 한다는 '부성주의(父姓主義)' 폐지를 권고했다. 법조계에서는 "민법에 담긴 마지막 가부장제(家父長制)의 흔적을 이제 지우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법무부 산하 법제개선위원회는 8일 "평등한 혼인 관계 구현을 위해 부성주의를 폐지하고, 부모가 협의해 자녀의 성(姓)을 결정하도록 민법 제781조를 전면 개정해야 한다"는 권고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올해 안에 개정위원회를 꾸려 부성주의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민법 개정안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자(子)는 부(父)의 성(姓)과 본(本)을 따른다'는 부성주의는 1958년 민법 제정 당시 도입됐다. 자녀는 어떠한 예외도 없이 친부의 성을 따라야 했다. 2005년 호주제가 폐지되며 부성주의도 일부 개정됐다. '부모가 혼인신고 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는 단서 조항이 달린 것이다.

하지만 여성계에서 "엄마 성은 예외 조항일 뿐 아니냐"는 반발이 계속됐다. 현재 자녀가 어머니의 성을 따르기 위해서는 자녀 출산 시가 아닌 부모의 혼인신고 시점에 관할 구청을 찾아가 신고해야 한다.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부부간 협의가 충분했는지를 검토받아야 하는 등 절차도 복잡해 신혼부부들의 반발이 컸다.

윤진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서양 국가 대다수가 현재 민법에서는 부성주의를 폐지하고 관습으로만 따르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