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5선·대구 수성갑) 의원이 미래통합당의 21대 국회 첫 원내대표에 당선된 것은 거대 여당과의 협상에 정책 전문성을 지닌 최다선 의원이 앞장서야 한다는 표심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주 원내대표는 총선 참패로 100석 미만(84석, 미래한국당과 합치면 103석) 의석수를 지닌 제1 야당 선장으로서 난제가 산적한 상황에 대해 "현실을 인정하고 국정에 협조할 것은 과감하게 하겠다"면서도 "상생·협치로 야당을 설득하는 게 빠를 수 있다고 여당에 간곡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당 수습을 위해 '김종인 비대위' 출범을 신속하게 매듭짓겠다고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경선에서 전체 84표 가운데 59표를 얻어 과반 득표했다. 정책위의장에는 3선의 이종배(충북 충주) 의원이 선출됐다. 권영세(4선·서울 용산) 원내대표·조해진(3선·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정책위의장 후보 조(組)는 25표에 그쳤다. 주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에서 "패배 의식부터 씻어내고 조직, 교육, 정책, 홍보, 선거 준비부터 바닥에서 시작한다면 다시 해낼 수 있다"고 했다.

84표 중 59표 얻은 주호영 - 미래통합당 주호영 의원이 8일 통합당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통합당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발언대로 나오는 주 원내대표.

통합당의 신임 원내대표는 당분간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으면서 새 지도 체제를 구성하는 한편 177석 거여(巨與)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 첫째 당면 과제는 국회 원 구성 협상이다. 야당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 법제사법위원장,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같은 핵심 상임위를 얼마나 지켜내느냐가 관건이다. 민주당 김태년 신임 원내대표는 상시 국회 시스템 구축, 법사위의 법률안 체계·자구심사권 폐지 등의 내용이 담긴 '일하는 국회법' 통과를 공언한 상태다. 이에 대해 주 원내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숫자로 밀어붙이는 것보다 야당을 설득하는 게 훨씬 빠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 위기 상황에서 국회가 처리할 현안이 많다는 점에서는 '일하는 국회법'에 일부 동의하지만,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까지 없애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국회를 통과하는 법안 중 위헌법률이 1년에 10건 넘게 나오는데, (법안 체계·자구심사권을 없애면) 일 잘하는 국회가 아니라 오히려 사고가 난다"고 했다. 3차 추경안에 대해서도 "내용과 재원부터 본 뒤에 판단할 문제"라면서 선을 그었다.

대내적으로는 '김종인 비대위' 출범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김종인 비대위가 당 재건 차선(次善)의 해결책으로, 당선인 총회에서 임기·권한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가까운 시간 내에 김 내정자와 만나서 협상을 해야한다"고 했다. 이날 표결 전에 열린 토론에선 "당선자들 의견을 들어보니 기간을 충분히 주고 '김종인 비대위'로 가자는 쪽이 조금 더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도 했다. '김종인 비대위'로 방향을 정하고, 세부적인 조율에 들어가겠다는 의미다.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復黨) 문제와 관련해서는 "저도 무소속 당선된 이후에 들어온 경험이 있다"며 "원칙적으로 빠른 복당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비례 정당인 미래한국당과도 "조속히 합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합당 의원들은 주 원내대표의 '노련함'을 당선 요인으로 꼽았다. 한 초선 의원은 "당이 난파선과 다름없기 때문에 산전수전 공중전으로 단련된 선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베트남 전쟁 당시 8년간 포로로 잡혀 있다가 풀려난 제임스 스톡데일 미국 해군 장교의 '합리적 낙관론'을 거론하며 "냉혹한 현실을 인정하고, 처절하고 집요한 노력을 다한다면 모두 다 살아날 수 있다"고 해 호응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