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클럽 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

"웬일이니 진짜."

20대 여성 두 명이 8일 오후 이런 대화를 나누며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킹클럽 앞을 지나갔다. 6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A(29·경기 용인시)씨가 지난 2일 들렀던 것으로 확인된 업소다.

그들이 가리키던 클럽의 1층 황금빛 정문은 이날 해가 떨어진 뒤에도 굳게 닫혀 있었다. 입구 주변으로 서울시의 '유흥시설 준수사항' 포스터 등 공문이 줄줄이 붙어있었고, '우리 클럽은 자체적으로 지난 1~3일 하루 2~3차례 실내외 소독을 했습니다'라는 자체 안내문도 붙어있었다. 마지막으로 붙은 안내문은 '임시휴업'이었다. 그 옆에 업주의 친구가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재(再)개장 축하 화환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드디어 문 열렸다. 세상 이태원 돈 김○○가 다 긁어모으자'라고 적혀있었다.

지금은 '용인 66번 확진자'로 불리는 A씨는 그날 밤 이 일대 클럽과 주점 다섯 군데를 돌아다녔다. 지하철 이태원역에서 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으로 올라가는 '우사단로'와 안쪽 골목길에 있다. 주점인 '술판'은 킹클럽과 같은 건물 2층에 있다. '퀸' 클럽은 바로 옆 건물이다. 걸어서 5분 안팎에 모두 돌 수 있는 거리다. A씨가 들른 다섯 업소는 이날 모두 휴업했다.

킹클럽 일대는 언덕 지형인 데다 성(性) 소수자 등을 상대로 영업하는 클럽과 주점이 많아 '게이 힐(Gay Hill)' '게이 골목'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근처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이상철(64)씨는 "성 소수자들과 외국인, 그들의 문화를 체험하려는 일반인으로 평소 주말 저녁이면 사람이 바글바글하던 곳"이라고 말했다. 경찰과 인근 가게 등에 따르면 이태원동에만 이런 업소가 100여 개 있다고 한다. 보통 금·토요일 밤 9시 전후로 가게 문을 열고 이튿날 새벽 3~5시까지 영업한다.

하지만 '불금'인 8일 오후 9시, 한눈에 봐도 '식당'인 곳을 제외하고 이 거리에서 문을 연 클럽이나 주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안쪽 골목길은 인적마저 뜸했다. 정부가 전국 유흥 시설에 대해 운영 자제를 권고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지 딱 1시간 지난 시각이었다.

주민들은 확진자가 나오기 직전 주말만 해도 클럽과 주점에 모여드는 손님들로 '온 동네가 불야성'이라고 했다. A씨가 들른 퀸 클럽 바로 건너편 빌라에 사는 한 80대 할머니는 "과거에 인근 호텔 앞에서 옷 가게를 했기 때문에 이 동네를 떠나지 못하고 30년간 살았다"며 "10여 년 전부터 이런 가게들이 하나둘씩 생기더니 지금은 건물마다 하나씩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주말 밤이면 클럽이나 주점 앞 골목길에서 술에 취한 젊은 사람들이 서로 뒤엉켜 큰 목소리로 욕설을 하고 담배를 피워댄다"며 "그런 날은 밖에 나가기 겁이 나 집 안에만 있을 정도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