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8일 모닝브리핑, 오늘은 최재형 감사원장이 감사원을 ‘맛 잃은 소금’에 비유한 이유, 코로나가 부른 ‘빅브러더 시대’ 기사를 소개해 드립니다.

최재형 감사원장

최재형 감사원장은 지난달 20일 실·국장 회의에서 “외부의 압력이나 회유에 순치(馴致·길들이기)된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검은 것은 검다고, 흰 것은 희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검은 것을 검다고 분명히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검은 것을 희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도 했습니다.

최 감사원장은 이날 ‘성역 없는 감사’를 주문하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하는데요, 감사원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감사 국장 교체

최 감사원장이 이같은 발언을 한 날 감사원은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한 타당성을 감사 중인 담당 국장을 교체했습니다. 이번 인사는 월성 원전 감사가 법정 기한인 지난 2월 말을 넘기며 4·15 총선 이후로 미뤄지면서 논란을 빚은 직후 이뤄졌습니다. 해당 국장은 임명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아 이례적인 인사로 평가됩니다. 감사원 안팎에선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지지부진한 감사에 대해 최 원장 의중이 반영된 문책성 인사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사 바로가기 ▶bit.ly/3fwHVW6)

◇"감사원장이 사냥개처럼 달려들고, 뒤에선 줄 잡고… 이래선 안 돼"

최 원장은 실·국장들에게 "원장인 제가 사냥개처럼 달려들려 하고 여러분이 뒤에서 줄을 잡고 있는 모습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가 아흔이 넘은 부친(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92)과 21년 전 일화를 소개하면서 한 말입니다.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은 누구? ▶bit.ly/2WeOgy1)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은 아들 넷을 모두 장교로 복무시켰다. 손자들도 전방에서 근무했다. 왼쪽부터 둘째 아들 최재형 감사원장(육군 중위 전역), 손자 최영진(해군), 최영섭, 첫째 아들 최재신(해군 대위 전역).


1999년 6월 우리 해군이 NLL을 침범한 북한 함정을 선체로 충돌하는 방법으로 밀어내면서 긴장이 고조됐을 때 최 원장은 부친을 따라 해군 2함대 사령관을 만났다고 합니다. 해군 2함대는 서해 NLL을 지키는 사령부로, 당시 2함대 사령관이 부친의 제자였습니다. 부친이 2함대 사령관에게 "대원들 사기는 어떠냐"고 묻자, 사령관은 "맹렬히 짖으면서 사냥감을 향해 달려들려고 하는 사냥개들의 끈을 잡고 기분입니다"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최 원장은 이 얘기를 하면서 "그 당시 사령관이 느꼈던 그러한 분위기가 우리 감사원에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기사 바로가기 ▶bit.ly/3frtnal)

현 정부에 부담이 되는 감사에 주저하는 감사원 조직과 간부들을 사실상 질책하는 말이었습니다.

◇월성 1호기 감사가 어땠길래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지난 2월 말로 법정 기한을 넘겨 ‘표류 상태’입니다. 감사원 관계자는 “지난달 ‘원전 감사’ 결과를 놓고 감사위원회 회의를 했지만 ‘보완 조사’를 하기로 했다”며 “한수원 등 관계 기관에 자료를 요구하는 등 감사를 계속 벌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경북 경주에 있는 월성 원전 1호기 모습. 월성 1호기는 당초 설계 수명이 2012년 11월까지였지만, 7000억원을 들여 전면 개·보수를 마친 후 2022년 11월까지 연장 운영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돌연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2018년 조기 폐쇄됐다.

이번 감사는 작년 9월30일 국회 결정에 따라 시작됐습니다. 국회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2018년 6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이 타당했는지, 그 과정에서 이사들 배임은 없었는지 확인해달라고 감사원에 주문했습니다.

감사원은 국회 감사 요구를 받은 경우 3개월 내 결과를 보고하고,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2개월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습니다. 감사원은 2차 기한인 2월 말까지 감사를 마무리 지어야 했지만 발표를 미뤘습니다. 이후 4·15 총선 직전이 돼 감사위원회를 열었지만, 다시 발표를 연기했습니다.
(기사 바로가기 ▶bit.ly/2WaJcuA)

◇월성 1호기 경제성 고의 축소·조작 의혹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는 문재인 정부 탈(脫)원전 정책의 시비(是非)를 따지는 핵심적인 사안으로 주목받아 왔습니다.

월성 1호기는 당초 설계 수명이 2012년 11월까지였지만, 7000억원을 들여 전면 개·보수를 마친 후 2022년 11월까지 연장 운영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돌연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조기 폐쇄됐습니다.

한수원은 2018년 폐쇄 결정 전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에서 2015년 가동률이 95%를 넘었는데도 2022년까지 예상 가동률을 60%로 적용해 논란을 불렀습니다. 조기 폐쇄를 위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도록 불리한 수치를 선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어안이 벙벙해지는 월성 1호기 폐쇄 '사기극' 칼럼 바로가기 ▶bit.ly/2YMVsmD)

◇최재형 감사원장은 누구

최재형 감사원장은 판사 출신입니다. 사시 23회(연수원 13기)로, 대전지방법원장, 서울가정법원장, 고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장 등을 지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월2일 오전 청와대에서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악수하고 있다.

문 대통령 측근 그룹과 특별한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고, 특정 정치 성향으로 화제에 오른 적도 없습니다. 판사 출신인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지난 2017년 12월 최재형 당시 사법연수원장이 감사원장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 페이스북을 통해 “최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13기로 제가 한 반이었다”며 “말이 없으시고, 조용히, 드러내지 않고. 선(善)의 가치와 공공 이익을 위한 윤리의 실천을 누구보다 진지하게, 한결같이 해내며 곧은 길을 걸어가는 분”이라고 했습니다.

사법연수원에 다니던 20대 때 몸이 불편한 동료를 2년 동안 업어서 출퇴근시킨 일은 아직도 법원 안팎에서 회자되는 이야기입니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누구 ▶bit.ly/2A9ht4V)

◇코로나가 부른 ‘빅브러더’… 당신이 어디서 뭘했는지 다 보인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세계 각국이 전례 없는 국민 감시 체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유럽 국가들까지 스마트폰 등을 통해 입수한 개인 위치 데이터를 중앙정부가 저장·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픽=김성규

과거 개인 위치 정보 수집은 엄격한 법적 절차에 따라 아주 제한적으로 이뤄졌는데요, 코로나 이후 감염병 저지라는 명분으로 언제든 가능하도록 법 규정을 바꾸거나 새로운 추적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 브러더'(거대 권력자)의 그림자가 코로나를 빌미로 세계 곳곳에 드리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기사 바로가기 ▶bit.ly/2zfWg95)

5월8일 모닝브리핑 이만 마칩니다. 5월11일 월요일 아침 7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