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0% 이상(세전) 고수익을 목표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이 잇따라 발행돼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보통 ELS는 발행 시점 이전의 주가 변동률이 높을수록 수익률이 높아지는데, 최근 코로나 사태로 주가가 크게 출렁이면서 고위험·고수익 ELS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로 시장 변동성이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는 만큼 높은 수익률만 보고 '묻지 마 투자'를 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융위원회도 ELS 과열을 막기 위해 증권사별로 발행 한도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증시 폭락으로 주춤했던 ELS 발행

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원화로 발행된 ELS 종목 수는 928개로 전월(1208개)보다 23% 넘게 줄었다. 지난해 4월(1573개)과 비교하면 41%나 감소한 것이다. 월간 ELS 발행 종목 수가 1000개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ELS 발행이 급감한 이유는 지난 3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며 시장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발행되는 ELS는 주로 유럽과 미국, 홍콩 주가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삼는데 지난 3월 해당 지역 및 국가의 주가지수는 2주간 20~30 %가량 하락했다. 이렇다 보니 상당수 ELS가 녹인(Knock-in·원금 손실) 레벨 아래로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의 공포감이 극대화됐다. 녹인은 ELS 상품 가입 기간 유지되어야 하는 기초 자산의 수익률 하한선으로, 녹인 레벨이 65%라는 말은 기초 자산이 발행 시점 대비 35% 넘게 떨어지면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고수익, 저(低)녹인 ELS 공세

ELS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증권사들은 수익률이 높거나 녹인 레벨이 낮은 ELS들을 발행하는 추세다. 삼성증권은 최근 범유럽 지수인 '유로스톡스50'과 미국 'S&P500', 홍콩H지수(HSCEI)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3년 만기 온라인 전용 ELS(제24413회)를 출시했는데 연 최대 수익률이 11.4%다. 녹인 레벨은 55%로 세 지수 모두 만기 전까지 ELS 발행 시점보다 45% 넘게 하락하지 않으면 수익이 확정된다. 미래에셋대우도 최근 유로스톡스50과 S&P500, 삼성전자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연 수익률 11.0% ELS(제29018회)를 발행했다. NH투자증권은 미국 월트디즈니, 페이스북, 엔비디아 주식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ELS(제19493회, 제19503회)를 발행했는데 연 수익률이 15~16%나 된다. 녹인 레벨도 45%로 하락 여유 폭(-55%)도 큰 편이다.

◇"변동성 커질 수 있어 유의해야"

수익률이 높으면서 녹인 레벨이 낮아 손실 확률이 낮은 ELS에는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3월 말 이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는 데다 고수익 ELS들이 나오면서 얼어붙었던 투자자들의 심리도 조금씩 풀리고 있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유럽과 미국 증시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연 수익률 9%대 ELS를 발행하자 한도액의 4배가 넘는 돈이 몰리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며 "녹인 레벨도 40%대로 매우 낮다 보니 '설마 또 기록적인 폭락이 일어나겠느냐'는 생각을 하는 투자자가 많아 ELS 문의가 폭주했다"고 말했다.

수익률과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하면 현시점이 ELS 투자에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초 자산 중 하나라도 목표 달성을 못 하면 주가 하락률만큼 손실이 발생하는 상품이 대부분이어서 가입 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3~6개월 내 투자금을 빨리 회수하려면 기초 자산이 5~10% 넘게 하락해선 안 되는 만큼 목표 달성이 쉽지 않아 돈이 만기까지 묶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ELS 시장 리스크 방지 대책의 하나로 '증권사별 발행액 총량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자기자본을 초과하는 ELS 발행을 막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