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신임 원내대표가 7일 177석(합당 예정된 더불어시민당 의석 포함) 거대 여당을 이끌 제21대 국회의 첫 원내 사령탑으로 선출됐다. 그는 이날 당선 후 첫 일성으로 "8일 선출되는 미래통합당 새 원내대표와 협의해서 '일하는 국회법'을 먼저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 간담회에서 "21대 국회는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속도 있는 결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내에선 친문 중에서도 이해찬 대표와 가까운 당권파로 분류된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당선 소감을 밝히다가 "당을 위한 이 대표의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겠다"고 말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가 언급한 '일하는 국회법'은 박주민 등 민주당 의원 29명이 지난 3월 발의한 법안이다. 1월부터 8월까지 매달 1일과 12월 11일 등 정기국회가 열리지 않을 때 임시국회 소집을 의무화하고, 법제사법위원회 법률안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폐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속 처리 안건(패스트트랙) 처리 기간을 최장 330일에서 45일로 단축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김 원내대표는 입법 속도를 내기 위해 '당·정·청 수시 논의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21대 국회 첫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김태년(왼쪽)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선인 총회에서 이해찬(오른쪽 맨 앞)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민주당 소속 당선인 163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원내대표 경선에서 과반인 82표를 얻어 72표를 얻은 전해철 의원을 제쳤다.

김 원내대표는 코로나 3차 추경(추가경정예산)에 대해서도 "상당한 규모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대 30조원으로 예상되는 3차 추경도 빠르게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닥쳐올 이런저런 경제적 어려움이 민생과 일자리, 기업 활력 등 여러 가지를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3차 추경은 필연적"이라고 했다. 소속 의원들의 재난지원금 기부 문제와 관련해선 "당론으로 결정하지 않아도 아마 전부가 기부할 것"이라고 했다. 여야 상임위원회 배분 등 21대 국회 원 구성 협상에 대해서는 "야당과 충분히 대화하겠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협치는 선한 의지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야 관계 역시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고, 적극적인 협상으로 실질적 성과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비례당인 미래한국당이 통합당과 합당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만약 꼼수가 반복된다면 국민의 큰 지탄이 있을 것"이라며 "이걸 인정할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그는 통합당이 반대하고 있는 국민 발안 개헌안 표결을 위한 8일 본회의에 대해서도 "예정대로 열겠다"고 했다. 다만, 개헌론에 대해선 "언젠간 해야 하지만, 당장 개헌을 이야기해서 정쟁의 도구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권력기관 개혁을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했다. 그는 "작년 천신만고 끝에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입법에 성공했지만 검찰의 '아니면 말고' '마구잡이'식 수사 관행이 여전하다"며 "당선자 중 과거 국정 농단, 사법 농단 세력에 맞서 행동했던 분들과 TF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구두수선 아버지, 생선장수 어머니 '흙수저 김태년'… 6월 항쟁때 성남 학생운동 지휘

이번 총선에서 4선에 성공한 김 원내대표는 1964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났다. 구두수선공 아버지와 시장에서 생선을 팔던 어머니 밑에서 자란 '흙수저' 출신이다. 순천고등학교를 나온 뒤 경희대 행정학과 재학 중 총학생회장을 맡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상임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 문재인 대통령과는 대학 동문이고 직전 원내대표였던 이인영 의원과 전대협 동기다. 다른 전대협 간부 출신들이 주로 '중앙 무대'에서 정치 활동을 했지만, 김 원내대표는 87년 6월 민주항쟁 때 현재 지역구인 성남에서 학생조직을 꾸려 지역에서 학생운동을 지휘했다. 이후 '6월 항쟁을 했던 곳이 고향'이라는 전대협 동기들 말대로 성남에서 사회운동을 했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대책본부 경기성남공동본부장을 맡으며 정계에 입문했다.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성남에서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당선된 이후 18대 총선에서 낙선했다가 내리 3선을 했다. 2017년 5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당 정책위의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