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고용보험 의무 가입 대상을 모든 경제활동인구로 확대하는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를 추진하겠다고 7일 밝혔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 도입 논의는 지난 1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불을 지핀 것이지만, 강 수석은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앞으로 논의해야 할 중기(中期) 과제"라고 했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6일 "가야 할 길이긴 하지만 일시에 도입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런데 고용보험법을 개정할 수 있는 의석을 넉넉히 갖고 있는 '수퍼 여당'에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에게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일단 거의 당론으로 제시됐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당내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지 않으냐'는 물음에는 "(이견은) 민주 정당 내에서는 늘 있었던 것"이라며 "전 국민 고용보험을 통해 고용 안전망을 지키는 것이 시대적 요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오후 선출된 김태년 신임 원내대표는 "아직 당론은 아니다"면서도 "고용보험, 실업부조의 사각지대를 어떻게든 줄여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비상경제대책본부 간담회에서도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 도입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시작됐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를 추진한다는 입법 방향만 제시했을 뿐, 적용 대상을 어디까지 확대할지,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지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현행 고용보험제도는 기본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다. 자영업자,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등은 법적으로 근로자에 속하지 않아 고용보험 의무 가입 대상이 아니다. 이들까지 모두 포괄해 고용보험제도 적용 대상을 모든 경제활동인구로 넓힌다는 것은 이들도 고용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하고, 평소 이들의 소득 가운데 일부를 고용보험료로 걷어간다는 것을 뜻한다.

문제는 이미 걷고 있는 보험료보다 지급하고 있는 실업급여 등이 훨씬 많아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는 고용보험에, 비교적 소득이 낮고 고용이 불안정한 인구를 대거 가입시킬 경우 고용보험기금이 급속히 고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고용보험료를 대폭 올리거나 세금으로 적자를 메워야 한다. 고용보험법 5조는 이미 고용보험에 들어가는 비용을 국가 재정으로 보조하게 하고 있다. 고용보험기금 사정이 악화될 경우 재정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민주당은 일단 고용보험 의무 가입 대상자가 아닌 인구 가운데 특수고용직과 '예술인'부터 고용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시키는 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018년 이 법안이 고용보험료를 내는 인구를 늘리고 일일 구직급여 지급액은 줄여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고용보험 재정을 1조6984억원만큼 개선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러나 이 추계는 코로나 위기로 인한 대량 실업 이전에 나온 것이다.

민주당과 정부는 저소득층 구직자에게 월 50만원씩 6개월간 구직촉진수당을 주는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 이전까지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평소 거둔 보험료로 수당을 주는 고용보험제도와는 달리 국가 재정으로 저소득층을 무상 지원하는 것이라 재정 부담은 오히려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