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란 소설가

몇 년 전, 소백산 자락의 한 음식점에서 있었던 일이다. 일행이 메뉴를 고르는 사이 차에 두고 온 물건을 가지러 가던 중, 야외 테이블을 지나게 됐다. "여기요!" 소리에 나도 모르게 돌아보았더니, 이제 막 자리를 잡은 사람들 중 한 명이 내게 말했다. "일단 콜라 두 개부터 주세요." 나는 주방으로 가서 "저기 밖의 테이블에 콜라 두 개요"라고 말한 뒤 주차장으로 갔다. 어릴 때 같으면 "저 직원 아닌데요" 하고 말았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직원들이 모두 주방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차장에서 돌아오던 길에 보니, 사람 넷이 콜라 두 병을 나눠 마시고 있었다. 산행을 했는지, 목이 몹시도 탔던 모양이다. 방으로 들어가자 일행이 왜 이렇게 늦게 왔느냐고 물었고, 주문을 대신 받아주고 왔다는 말에 한 언니가 말했다. "또?"

돌이켜보니 작년에도 이런저런 오해를 받은 경우가 있었다. 중국음식점에서 외국인으로 오해를 받은 적도 있고, 집에 정기 소독을 하러 온 분에게 "중학생인 것 같은데 학교는 왜 안 갔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 택시 기사에게는 "임신을 하신 것 같은데 빨리 달려도 될까요"라는 말도 들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왜 그렇게 보였을까 궁금해 "제가 그렇게 보인 것이 혹시 이것 때문인가요? 아니면 이것 때문인가요?" 하고 이유를 물었지만 속 시원한 대답을 들은 적은 없다. 그들은 자신의 (틀림없는) 예상이 틀렸다는 것에 당황하며 "어? 아니라고요?(왜 아니에요?)"라고 물었고, 나는 "네, 아니에요(아니니까 아니지요)"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사실 나는 이런 경우들을 좀 재밌어하는 편에 속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기는 한다. 나는 모두 같은 나일 뿐인데 겉모습만으로 모두 다르게 평가받았다는 것만이 유일한 사실이라고. 물론 그들 대부분은 "악의는 없으며 내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어느 정도 너한테도 있다"고 말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