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1~3월) 중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가 45조원 적자를 냈다. 여기에 국민연금·고용보험 등 4개 기금 흑자를 걷어낸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55조원이었다. 둘 다 역대 최대다. 작년 1분기와 비교하면 적자액이 28조원, 30조원씩 늘어났다. 1분기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작년 한 해 적자액(12조원)의 4배 가깝고, 관리재정수지 적자도 작년 연간 적자(54조원)보다 많다. 코로나 경제 위기는 이제 시작일 뿐인데 벌써 '역대급' 재정 적자에 빠졌다.

이 대규모 재정 적자는 수입이 줄었는데 재정지출은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업들 이익이 반 토막 나 법인세 세수가 7조원 가까이 줄어들면서 1분기 정부 총수입(120조원)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조5000억원 감소했다. 반면 정부 총지출(165조원)은 무려 26조5000억원이나 늘었다. 노인용 세금 알바 74만개를 만들고, 근로장려금을 설 전에 앞당겨 지급하고, 아동수당·기초연금 확대 지급 등 복지 관련 현금성 지출이 급증한 탓이 컸다. 코로나 충격이 한 달 정도 반영된 정부 살림살이가 이 정도니, 정부 계획대로 3차 추경까지 하면 재정 적자가 얼마나 더 불어날지 두려울 정도다.

1·2차 추경(24조원)에다 3차 추경을 30조원 규모로 잡으면 올해 연간 통합재정수지는 79조원 적자, 관리재정수지는 119조원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은 단숨에 6%대로 치솟게 된다. EU(유럽연합)가 위험 수위로 보는 기준선 3%의 2배에 이르게 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엔 통합재정수지가 거의 매년 흑자를 기록하며 10년 누적 흑자액이 115조원에 달했다. 이것이 불과 2년 만에 91조원 적자로 반전됐다. 충격적인 일이다.

재정 적자는 국가부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본예산 512조원에다 1~3차 추경으로 60조원가량을 추가 조달하려면 총 100조원어치 적자국채를 찍어야 한다. 1차 추경만 반영된 3월 말 기준 중앙정부 부채는 731조원으로, 1년 전보다 32조원이나 늘었다. 늘어난 국가부채를 전체 가구수(2171만 가구)로 나누면 한 가구당 늘어난 나랏빚이 147만원에 이른다.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으로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을 나눠준다고 하지만, 국민이 갚아야 할 국가 빚은 그보다 더 늘어난 것이다.

여당은 국가부채 비율이 60%까지 올라도 괜찮다고 한다. 하지만 국제 신용평가 기관들은 이미 한국의 재정 건전성 악화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의 채무비율이 2023년 46%까지 높아지면 국가 신용등급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가부채 비율은 올 연말 50%에 육박해, 피치가 제시한 위험선을 훨씬 상회할 전망이다.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 현실화되면 연쇄적 파급 효과가 발생한다. 이 정부 들어 몇십조원, 100조원 하는 돈들이 우습게 회자되고 있다. 나랏빚은 아무리 늘려도 상관없다는 식의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는 이미 늦을 것이다.